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주범으로 지목된 특례보금자리론이 내년에 어떻게 탈바꿈할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보다 공급 규모를 절반가량 줄이거나 이전처럼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로 다시 쪼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도 있다.
1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상품이었다. 지난해 금리 인상 국면에서 기존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적격대출·안심전환대출을 하나로 합쳐 출시됐다. 부동산 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고정금리 지원 정책의 조건·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출시 초기부터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동시에 최근 7개월 연속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당국은 내년 정책모기지 상품 형태를 어떻게 구성할지 주택금융공사와 논의 중이다. 일단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전처럼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로 다시 재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고정금리를 적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자격 조건에서 보금자리론이 더 까다롭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주택가격 제한이 6억원 이하지만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였다. 소득 조건에서도 적격대출은 따로 제한이 없었지만 보금자리론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일반) 제한이 있었다. 한도도 보금자리론(3억원)보다 적격대출(5억원)이 더 높았다.
공급 규모와 자격 조건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당초 공급 목표가 39조6000억원이었는데 일반형(집값 6억원·연 소득 1억원 초과) 공급을 중단했음에도 10월 31일 기준 유효신청금액이 41조7000억원에 달했다.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공급 목표를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2015년, 2019~2020년 등 정책모기지를 대규모 공급했던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연간 20조원 정도를 공급해왔다”면서 “그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년 공급 규모)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상 요건이 더 까다로워지거나 금리 조건이 지금보다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대출이 ‘업턴’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공급 규모, 대상 요건, 금리 조정 등을 먼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민·실수요자 지원을 멈출 순 없는 금융 당국의 고민도 깊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정책모기지 상품을 공급해왔다. 서민·실수요자 지원은 정부가 추구하는 중요한 정책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 금융 당국도 가계대출 증가세와 별개로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은 충분하게 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특히 고정금리 상품 공급은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정책모기지 상품이 연초 재출시되면 안 그래도 불붙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기름을 붓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 연구위원은 이에 “출시 초기 높은 인기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책모기지 수요는 그 당시 주택 시장 상황과 금리 상황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모기지는 주금공이 설립된 이래로 계속 꾸준히 공급돼왔다”며 “정책모기지가 가계부채를 늘렸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