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보호출산제, 여성과 아동 모두를 보호하려면

입력 2023-11-20 04:06

미등록 영유아전수조사 결과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도입

위기 임산부, 안심하고 출산할
상담 및 주거·고용 지원 절실

직접 양육 못하는 아동에게도
생모·생부 알 권리 보장해야

올해 초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영유아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는 미등록 영유아로 확인된 2123명(2015~2022년생)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249명이 이미 숨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5살 미만 아동 사망률은 1000명당 3명인데, 미등록 영유아는 10명 중 1명 이상 숨진 것이다. 아직도 이런 끔찍한 사각지대가 있었다니 정말 참담하다. 국회는 지난 6월 출생통보제가 도입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랫동안 주장해온 출생통보제가 또 이렇게 영유아의 죽음을 계기로 도입된 것이다.

출생통보제는 부모에게만 맡겨진 출생신고를 넘어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알리고 끝내 부모의 출생신고가 없을 경우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이 되지 않을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반면 강제적 출생등록을 걱정하는 위기 임산부들의 병원 밖 출산이 예상되고, 이는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따라서 병원 밖 출산을 방지하고 위기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가 포함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도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보호출산제는 신원을 밝히고 출산하기 어려운 경우라도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도록 지원하고, 태어난 아동을 국가가 대신 보호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아동들이 더 많이 유기될 것이고 아동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혼모를 양육을 포기하는 사람으로 전제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고착시킨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보호출산제를 “여성도 아동도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호출산제의 목표는 다양한 지원과 상담을 통해 보호출산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만일 위기 임산부 지원이 없거나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보호출산제가 시행되면 모두가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가 여성과 아동 둘 다 보호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보호출산은 위기 임산부들이 고립 상태에서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게 하는 최후의 보루다. 위기 임산부가 안심하고 상담과 연결되고 병원에서 안전하게 출산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 과정을 통해 여러 대안이 있고 각종 지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 직접 양육을 결심하게 만들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신뢰출산제를 도입한 이후 신뢰 출산에 대해 상담을 받은 위기 임산부 중 24.2%가 마음을 바꿔 자녀를 직접 양육하겠다고 선택했다.

위기 임산부가 직접 양육을 선택하는 비율을 높이려면 지역 상담·의료 기관 종사자에 대한 전문교육이 철저히 이뤄져 종사자들이 고도의 상담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또 위기 임산부가 자녀를 직접 양육하도록 출산 전후 주거는 물론 한부모가족 지원을 강화해 자녀 돌봄과 교육뿐 아니라 모의 고용과 생활안정 및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

위기 임산부가 상담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보호출산을 최종 선택할 수도 있다. 이때도 아동 보호조치가 결정되기 전까지 보호출산을 철회하고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세심한 상담이 필요하다. 더불어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보호체계 정비도 속도를 내야 한다. 입양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여의치 않다면 가정위탁을 통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보호해야 한다. 또한 보호출산제를 통해 태어난 아동이 자신의 출생기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있다. 익명출산과 달리 생모·생부의 인적사항과 건강정보 등을 남겨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하고, 정보공개 청구의 친생모 승낙률을 높이기 위해 상담 단계에서 위기 임산부에게 아동의 알권리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한계가 있고, 완벽한 정책은 없다. 보호출산제 도입 이후 적어도 1년, 혹은 3년 후에 추이를 보면서 결과에 따라 증거 기반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모든 출산은 축복받아야 할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정부는 축복받지 못한 출산이라도 임산부와 아동이 충분히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늠자가 내년 7월 19일 시행될 보호출산제 준비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