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서밋에 연설문만 보낸 시진핑, 中 속사정은?

입력 2023-11-18 04:0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하지 않은 채 A4용지 7쪽짜리 서면 연설문만 보냈다. 연설문에서도 “외국인 투자 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메시지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외국 투자유치 대책을 내놓지 않자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은 샌프란시스코 APEC CEO서밋에 배포한 연설문에서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하고 투자자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완전히 보장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에 대한 부정적 리스트를 더 축소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등 ‘더욱 따뜻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팀 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미국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이 지정학적 경쟁의 장이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면서 “새로운 냉전이나 진영에 기반한 대립에 빠져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협력의 부재가 가장 큰 위험이며 디커플링과 공급망 중단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안 된다”며 직접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WSJ는 “시 주석 메시지의 핵심은 국가적 차원의 미·중 협력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 개별 외국기업 투자 유치보다 우선순위라는 것”이라며 “APEC 기간 각국 정상들이 투자 유치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정상만은 예외”라고 진단했다. 또 “시 주석은 전날 미국 기업인과의 만찬에서조차 무역과 투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참석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런 행보는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 우려로 경제 위기가 현실화한 데다, 지난해부터 외국 자본이 속속 이탈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상황을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고 풀이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