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내기 어려운 구조… 문전성시 ‘파이브가이즈’의 그늘

입력 2023-11-17 04:03 수정 2023-11-17 04:0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첫 사업인 ‘파이브가이즈’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의 3대 수제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꼽히는데 김 부사장이 처음 국내에 들여왔다. 이 사업은 김 부사장의 첫 작품인 데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햄버거 브랜드라는 점에서 한동안 주목받았지만 원가 대비 저조한 수익 구조 탓에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파이브가이즈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한화갤러리아 자회사)의 올해 3분기 매출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한 비중(43%)은 파이브가이즈 미국 본사(30%)보다 높았다. 1만원짜리 햄버거를 파는데 인건비나 마케팅비를 제외하고 재료비만 4300원이나 드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 파이브가이즈보다 원재료비 비중이 낮은 미국 본사도 상황이 좋지 않다. 미국 본사의 경우 2013년 -2%였던 자산수익률(ROA·총자산 대비 당기순이익)은 2021년 -45%까지 추락했다. 맥도날드 대비 파이브가이즈의 재료비는 125%, 가격은 210%나 되는데 판매량은 맥도날드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본사보다 원재료비에 돈을 더 쓰는 한국 파이브가이즈가 적자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경영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미국 본사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원재료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데 판매량은 그만큼 나오지 않아 운영비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파이브가이즈는 지난 6월 서울 강남점에 처음 문을 연 뒤 5일간 영업한 결과 원재료비가 매출액을 1800만원 초과했다. 현재 서울 강남과 여의도 매장 2곳의 임차료, 대부분 정규직으로 구성된 직원 인건비, 영업·마케팅비 등까지 더하면 한국 파이브가이즈의 누적 적자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파이브가이즈 미국 본사는 한국 사업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본사 입장에서는 사업 운영을 한화갤러리아에 맡기고 로열티(브랜드 사용료)만 받으면, 추가 비용 없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파이브가이즈 법인은 미국 본사의 고비용 원재료 기준을 준수하고 주기적으로 로열티까지 내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4일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에프지코리아의 3분기 영업이익을 밝히지 않았다. 적자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김 부사장의 첫 사업 성적표가 달린 파이브가이즈 실적을 공개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부사장은 미국 유학 시절 경험한 파이브가이즈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초기엔 비용 부담이 커 영업이익이 크진 않지만 매장 수가 늘면서 안정화가 되면 점진적으로 수익이 커질 것”이라며 “파이브가이즈는 향후 다른 식음료 브랜드 유치 등 미래 먹거리 모색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