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토종’ 기업 사피온이 신제품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보다 성능 면에서 경쟁력을 더 갖췄다고 자신하는 만큼 앞으로 시장 점유율에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사피온은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테크서밋 컨퍼런스에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330’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X330은 TSMC의 7㎚(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생산된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다. 속도를 끌어올리고 높은 전력 효율을 달성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X330은 전작인 X220보다 연산 성능이 4배 이상 향상됐다. 전력 효율은 2배 이상 좋아졌다. 동영상 관련 프로그램 처리속도 향상을 위해 비디오코덱 및 비디오 후처리 IP(반도체 설계자산)를 내장했다. 대화형 AI 챗GPT의 원천기술인 ‘트랜스포머’ 기반 LLM을 지원한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X330을 통해 거대언어모델(LLM) 지원을 추가해 전반적인 총소유비용(TCO)을 개선할 수 있다. AI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모델로는 엔비디아의 ‘L40S’가 꼽힌다. 생성형 AI와 LLM을 지원하는 추론 특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중급 AI 반도체로 불린다. 류 대표는 “엔비디아 제품보다 연산 성능이 2배, 전력 효율이 1.3배 이상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 훈련에 필요한 AI 반도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엔비디아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H100 반도체는 AI 반도체의 기본 사양으로까지 불린다. 고객사들 대부분이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쿠다(CUDA)를 택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13일 기존 H100보다 성능을 2배 가까이 향상한 H200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AI 반도체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후발주자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이 때문에 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텔과 AMD, 구글, 아마존 등이 자체 기술을 개발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15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대체할 자체 개발 GPU ‘마이아 100’을 공개하며 전선에 뛰어들었다. 마이아 100 역시 LLM을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이터센터 서버 구동을 위해 설계됐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