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야, 한 주 동안 잘 지냈니?” “당연하죠. 얼마나 재미있었다고요.”
정귀석(60) 경기도 남양주 주평강교회 목사는 늘 주일학교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넨다. 정 목사가 오래 전부터 반갑게 불렀던 ‘은재’는 “교회에서 제일 친한 사람을 써보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담임목사의 이름을 썼다고 한다. 주일마다 반갑게 인사하며 쌓은 ‘우정’ 덕분이었다. 이렇게 인사하며 교회 마당에서 자란 아이는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청년이 됐다. 정 목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주일엔 승강기를 타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이 교회 주일학교 출신인 며느리의 이름은 정 목사가 직접 지어주기도 했다.
지난 10일 교회에서 만난 정 목사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장년 교인 이름도 꽤 많이 기억하고 있다”면서 “새 신자가 오시면 또 그분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반색했다.
적지 않은 교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정 목사. 하지만 4000명에 달하는 교인 수를 고려하면 정 목사의 도전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개척한 교회를 지금처럼 성장시킨 여러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총신대 신학과와 동 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안수를 받은 정 목사는 1995년 경기도 구리의 한 상가 지하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아내와 태어난 지 보름이 채 안된 아들이 개척 멤버였다. 거룩한 도성을 세우겠다는 열정이 있었지만 교인은 늘지 않았다.
좌절하며 기도하던 어느 날 그의 마음에 이사야 60장 21~22절 말씀이 떠올랐다고 했다. “네 백성이 다 의롭게 되어 영원히 땅을 차지하리니 그들은 내가 심은 가지요 내가 손으로 만든 것으로서 나의 영광을 나타낼 것인즉 그 작은 자가 천 명을 이루겠고 그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라 때가 되면 나 여호와가 속히 이루리라”라는 내용이다.
정 목사는 “원래 알던 말씀인데 유독 크게 다가왔다”면서 “‘때가 되면 속히 이루리라’는 메시지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고 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 목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 달라”고 또다시 기도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만난 곳이 현재 교회에서 4~5㎞ 떨어진 동네에 있는 신축 아파트 상가 3층이었다. 97년부터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2년 동안 교인이 200여 명으로 늘었다. 99년에는 총동원전도주일을 마련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교인이 300명을 넘어섰다.
정 목사는 “당시 재정집사님이 ‘목사님 교회 자리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여긴 이제 좁습니다’라고 해 새 예배당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면서 “2002년 인근 마을의 공장과 축사를 리모델링해 예배당으로 사용하다 2008년 3월 지금 자리에 교회를 지어 입당했다”고 설명했다. 백봉산과 천마산이 둘러싸고 있는 신도시 중간에 있는 3216㎡(973평) 넓이의 부지는 호만천변 공원과 맞닿아 있어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사람을 키우는 건 목회자의 기본’이라고 말하는 정 목사는 다음세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도 목회 방향을 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 교회 출석 교인 중 30%가 주일학교 학생이다. 교회는 주일학교에만 만족하지 않고 2015년 교회 안에 대안학교인 ‘주빌리기독학교’를 설립했다. 미국식 학제로 교육하는 이 학교에는 현재 1~9학년까지 13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이 중 70%가 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어 주중과 주일이 잘 연결된 교육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에 따른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는 승마와 골프, 스키, 수영 등 스포츠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정 목사는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가정예배 드리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면서 “신앙과 인성적인 면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목사는 최근 자신이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교단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 조직한 ‘교회여일어나라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다음세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상가에서 교회를 개척한 뒤 28년 동안 쉬지 않고 성장하고 있는 교회를 이끈 정 목사가 생각하는 목회란 뭘까. 그는 “첫 예배당에서 아무도 교회를 찾지 않아 좌절했을 때 하나님이 주셨던 이사야서의 말씀을 붙잡고 묵묵히 목회한 게 전부”라면서 “‘작은 자가 천을 이루겠다’는 말씀대로 3명이 시작한 교회가 1000배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정 목사는 “‘행복하게 목회한다’는 목회 소신을 따라 남은 10년도 행복한 목회를 하려 한다”면서 “가평에 있는 교회 수양관에 잼버리 대회에 참석했던 전북 고창의 스카우트 대원 72명이 왔고 이들을 잠 섬겼는데 앞으로는 지역사회를 더 잘 살피고 싶다”고 전했다.
남양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