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영광의 본질을 찾아서

입력 2023-11-20 03:06

‘영광’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뜻은 ‘빛나고 아름다운 영예’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은 아마도 제자들의 마음을 능히 부풀게 하지 않았을까요. 그동안 제자들은 3년이란 기간 내내 자신들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줄곧 따르며 고락을 함께했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영광은 곧 자신들의 영광이란 생각을 했을 테고, 게다가 자신들이 주인으로 모신 예수님은 범상한 분이 아니었기에 제자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행적을 살펴보면 제자들의 기대는 이해가 됩니다. 예수님은 가나의 혼인 잔치에 참석하셨다가 포도주가 동이 난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하셨습니다. 잔치를 주관하는 입장에선 매우 난처했을 상황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한순간에 곤란한 상황을 축제의 장으로 바꾸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38년 된 병자를 고치기도 하셨습니다. 왕의 신하가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단 소식을 들었을 때는 현장에 가지도 않은 채로 신하의 아들을 고치셨습니다. 오병이어의 역사는 수없이 묵상해도 오직 예수님만이 하실 수 있는 황홀한 기적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역에 절정은 누가 뭐라 해도 죽은 나사로를 나흘 만에 살리신 것입니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죽음의 문제를 예수님은 해결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어떤 분입니까. 각종 병을 치료하고,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며, 죽음을 해결하신 분입니다. 인류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능히 해결한 예수님께서 드디어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제자들은 흥분 속에 그다음 말씀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님은 전혀 뜻밖의 상상할 수 없는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신들의 시대를 기대했던 제자들의 심경은 어땠을까요. 아마도 산산이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영광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로지 십자가의 영광을 뜻합니다. 지금 이 시대의 교회와 교인들은 자신의 영광을 무엇으로 보여주고 있을까요. 웅장한 교회건물, 그리고 그 안을 가득 메운 교인들이 교회가 보여주는 영광이라면 이는 예수님의 정신과는 너무나도 먼 모습입니다. 고작 성공하고 출세한 교인들의 모습이 교회가 보여주는 기독교의 영광이라면 이는 성경의 영광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헌신과 희생을 가슴에 품고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가정을 짊어지고 오늘을 살아내는 교인들, 상상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천성을 바라며 순결한 믿음을 지켜내는 아픈 분들이 기독교의 영광입니다.

직분을 계급으로 여기지 않고 여전히 헌신과 희생에 목이 마른 분들, 나름 성공한 듯 보이나 여전히 십자가의 영성을 가슴에 새기며 겸손히 살아가는 분들이 기독교가 말하는 영광스러운 모습이 분명합니다. 힘겨운 목회현장에서 눈물을 쏟으며 오직 십자가 정신으로 오늘을 이겨내는 가난한 목회자들도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얼굴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의 교회가 영광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이수일 목사(음성 흰돌교회)

◇충북 음성군 음성읍에 자리한 흰돌교회는 강소형교회를 지향합니다. 전형적인 시골에 있는 작은 교회지만 열방을 향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약 45곳의 선교사와 교회, 그리고 기관사역자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흰돌교회가 선교와 구제, 영혼 구원에 더욱 힘쓰는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