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전액 삭감 방침에 검찰이 속앓이하고 있다. 검찰에선 “국회에 예산 필요성을 설명하겠다”면서도 삭감 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 특활비는 문재인정부 들어 179억원에서 80억원으로 반토막 나면서 해경과 비슷한 수준인데 야권이 검찰에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를 집행 내역이 소명되지 않는 ‘깜깜이 예산’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일일이 세부 용처를 소명하라는 건 증빙이 어려운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수사 현장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수사에 활용 가능한 검찰 예산은 특정업무경비(특경비)와 특활비로 나뉜다. 내년도 예산안은 각각 482억원, 80억원이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15일 “주말에는 특경비 사용에 제약이 많아 주말 조사 시 식비 등은 검사가 사비를 지출하고 특활비로 보전받기도 한다”며 “마약 정보원이 활동에 드는 실비 등을 요구하거나, 수사관들이 검거·잠복근무 등을 하는 경우 비용을 일일이 특경비처럼 영수증 증빙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약 위장 수사를 위해 온라인에서 마약을 구입하거나 압수수색 현장 사전답사, 압수수색 물품이 많아 용달 트럭을 부르는 경우 등은 사비를 쓰고 특활비로 보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특경비는 철저히 정해진 용도에만 맞춰 써야 해 제약이 많다”며 “수사에 필요해 택시를 불러도 청에서 출발한 경우에만 특경비 처리가 가능한 식”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평검사 시절 인지부서에 근무할 때도 매달 150만~200만원씩 사비를 썼는데 사실상 특활비로 전부 보전받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최근 간부들에게 “특활비를 검사가 사적으로 쓰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이런 오해를 받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제가 검사 시절 월급을 집에 제대로 갖다 준 적이 없다. 수사비는 늘 부족하기 마련”이라며 “검사들을 부패 집단인 것처럼만 얘기하고, 자기 진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면 검찰은 설 땅이 없다”고 호소했었다.
민주당은 광주지검 장흥지청에서 2020~2021년 8개월간 매달 6만9800원 특활비를 공기청정기 임대에 사용했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해당 예산은 잘못 집행된 점을 인정하고 환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특활비 절반가량을 ‘쌈짓돈’처럼 쓴다는 것도 오해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특정 청이나 부서에서 수사 활동을 많이 하면 총장이 사후 보전 성격의 특활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용돈처럼 보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많이 안 하는 부서에 동일하게 규칙적으로 주면 오히려 예산을 잘못 집행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2017~2019년 특활비 예산을 다음해에 돌려 써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는 “해당 예산은 이미 지출 결의가 이뤄진 것이고 연초 수사가 계속되는 수사비 특성을 고려할 때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법무부의 ‘정보보안비’ 명목 예산이 사실상 특활비를 대체했다는 지적에 법무부는 “정보보안비는 검찰로 넘어가지 않는 예산으로 수사에 쓰이는 검찰 특활비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