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와 양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이혼가정 아동의 면접교섭권을 형제자매와 조부모, 제3자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면접교섭권을 단순히 부모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권리를 넘어 아동의 헌법상 권리로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서울가정법원 개원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서 “면접교섭권은 민법상 권리일 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도출되는 기본권이라고 보고 해석·운용해야 한다”며 아동의 관점에서 면접교섭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면접교섭권은 기본적으로 양육권이 없는 부모와 자녀가 만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뜻한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2013년, 광주고법은 2015년에 각각 “면접교섭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이라며 형제자매와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에 따라 2016년 개정된 민법에는 불가피한 경우 조부모가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다만 당시 형제자매와 직계존속, 그 외 상당 기간 양육을 담당한 친족 등으로 면접교섭권을 확대하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윤 명예교수는 아동의 면접교섭권은 여전히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계존속 외 형제자매나 다른 제3자의 면접교섭권도 인정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에 비춰보면 이 역시 헌법에서 규정한 권리라고 볼 수 있으므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을 때의 제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행법에는 아이를 만나지 않으려는 부모에 대한 제재 방안은 없다. 독일 함부르크지방법원의 카렌 빌다 판사는 “면접교섭권을 집행하기 위한 명령을 준수하지 않으면 법원은 행정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행정 구류를 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독일에서는 ‘면접교섭보조인’ 제도를 두고 갈등이 심한 가정의 면접교섭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도 미성년 자녀를 위한 절차 보조인과 면접교섭보조인 제도가 조속히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