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증원 지지” 압박에도… 의대생들 조직적 반대 조짐

입력 2023-11-16 04:07
국민일보DB

젊은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를 향해 조직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비 의사들의 반대가 본격화하면 의대 정원 논의를 매듭져야 할 정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는 오는 25일 임시총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기 위한 회원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협이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의대협은 공식 입장 발표를 자제해 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대학별 증원 수요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의사 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문가 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수요조사 취합 결과 대학이 요구하는 증원 규모가 2030학년도 기준 4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대협 내부에서 우려 분위기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표면적인 반대 이유는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필수·지역 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3058명으로 18년째 묶여 있는 정원이 단기간에 최대 2배까지 늘어나면 졸업 후 의사 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의대협은 우선 임시총회에서 의대생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지만 단체행동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대협은 2020년 문재인정부가 공공의대 신설과 함께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동맹 휴학, 국가고시 응시 거부 등 단체행동에 나선 바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역시 최근 들어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필수의료 문제는 의대 증원 문제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전공의 수련 환경 등의 개선 없이 무조건 증원하자는 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 때도 전공의 파업으로 국민 불편이 커지면서 결국 의대 증원이 무산된 바 있다.

복지부는 의대 수요조사 발표를 앞두고 가진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 자리에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여야 없이 한목소리로 (증원을) 지지하고, 국민과 언론도 지지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 딴 세상 얘기처럼 치부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결국 직역 이기주의라는 국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의사 단체 반발에도 조만간 의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정원 확대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2기 협상단으로 새로 합류한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의협은 수가 대폭 인상 등 필수·지역 의료 분야 의사를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이 선행되면,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