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라는 명칭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문헌은, 정노식이 1940년에 조선일보사 출판부에서 낸 ‘조선창극사’라는 책이다.” 하지만 판소리와 같은 형태의 연행은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무가 기원설이 판소리의 발생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다. 판소리 연구자인 정병헌 전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는 새 책 ‘판소리의 역사’에서 판소리의 역사를 약 400년으로 잡는다. “어느 시대부터 지금과 같은 판소리 형태가 완성되었고, 이를 하나의 장르로 인식하였는가에 대한 확증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대체로 영·정조 이전에 이미 ‘전(前) 판소리적 형태’가 나타났고, 향유자들도 이러한 방식의 연행을 익숙하게 받아들였을 것으로 볼 수 있다.”
‘판소리의 역사’는 판소리사 전체를 꿰어낸 첫 책이다. 연창자(소리꾼) 중심으로 판소리사를 정리한 ‘조선창극사’나 ‘판소리 이백년사’가 있지만, 이 책은 판소리라는 예술에 대한 개념 규정에서 시작해 기원과 형성을 살피고, 판소리가 변화해온 과정을 통사적으로 서술했다. 책 뒤에 수록한 참고문헌 목록만 40쪽이 넘는다.
저자는 판소리사를 ‘형성’ ‘송흥록의 시대’ ‘성장과 지속’ ‘변화와 모색’ ‘전승과 보존’ ‘우리 시대의 판소리’로 구분했는데, 동편제를 창시한 ‘가왕’ 송흥록(1785-1865)을 앞세운 ‘송흥록의 시대’를 따로 설정한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송흥록에 의하여 판소리는 전국의 판소리적 형태를 받아들여 통합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면서 “판소리의 역사는 송흥록 이전과 송흥록 이후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썼다.
이 책은 판소리 인물사전이기도 하다. 조선 인조-효종 연간에 활동한 예인 박남부터 1959년생 고수 박근영까지 각 시기를 대표하는 명창, 고수, 연구자, 후원자 201명의 생애와 활동을 정리해 놓았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