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에 맞춰 ‘반도체 외교’에 나설 전망이다. 양국 모두 반도체 강국이어서 반도체를 매개로 어떤 성과물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오는 12월 12~13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왕의 초청을 받아 국빈 방문하는 것은 1961년 양국 수교 후 처음이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설계, 장비, 완제품까지 전 산업 생태계에 걸쳐 우수한 기술과 탄탄한 공급망을 보유한 국가다. 특히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사용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공급하는 기업 ASML은 네덜란드의 자랑이다. ASML은 산업 구조상으로는 장비를 납품하는 ‘을’의 위치인데도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TSMC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모두 ASML만 바라본다. 초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회사가 1년에 40~50여대만 생산하는 EUV 노광 장비를 발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곧 기업과 국가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 회장은 재계 총수 중 ASML과 연이 깊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만났다. 당시 이 회장은 마르크 퀴터 네덜란드 총리와 면담한 자리에서도 ASML의 EUV 장비를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을 중심에 둔 양국 간 ‘반도체 동맹’은 굳건해지는 분위기여서 이번 순방을 계기로 네덜란드로부터 추가적인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ASML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경기 화성에 부품을 수리해 재활용하는 재제조센터와 교육 시설인 트레이닝센터를 짓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베닝크 CEO는 “한국 고객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데, 이번 투자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