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제안한 임시예산안은 공화당 강경파가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며 하원 문턱을 넘었다.
하원은 14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임시예산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해 찬성 336표, 반대 95표로 통과시켰다. 존슨 의장이 주도한 예산안은 2024 회계연도 전체가 아니라 내년 1~2월까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만 책정한 임시안으로, 연방 기관별로 자금 만료 시점을 달리한 것이 특징이다.
공화당 강경파는 지난 11일 존슨 의장이 임시예산안을 공개하자 지출 삭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며 반대했다. 강경파는 본회의 토의 규정을 결정하는 하원 운영위원회를 장악해 예산안 상정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존슨 의장은 운영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상정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택했다. 이 경우 예산안 가결에 하원 과반이 아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백악관도 존슨 의장의 제안을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임시예산안이 전년도 정부 지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고 다른 대안도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 다수가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상원의 양당 지도부도 임시예산안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 통과 이후 예산안이 발효되면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예산안이 종료되는 내년 초에 셧다운 우려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