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없었다”… 서이초 분노, 허탈한 종결

입력 2023-11-15 04:09
지난 7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를 찾은 추모객들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교권회복운동의 기폭제가 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이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4개월가량 이어진 수사는 입건자 한 명 없이 종결됐다. 교원단체는 일제히 수사 결과를 비판하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4일 서이초 교사 A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한다고 밝혔다. 송원영 서초경찰서장은 “사망 동기로 제기된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이나 폭행·협박·강요 등을 조사했지만 이 같은 정황이나 범죄 혐의 내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이초 1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는 지난 7월 18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 학부모 갑질이 있었다는 의혹이 일면서 전국적으로 교권회복운동이 일어났다.

경찰은 사건 초기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잠정 결론 내렸지만 교사단체와 여론 분노가 번지자 학부모 갑질 부분을 집중 수사했다. 경찰은 유족과 동료 교사, 지인, 학부모 등 총 68명을 조사했다. A씨의 아이패드와 업무용 PC를 비롯해 학급에서 일어난 ‘연필 사건’에 연루된 학부모 2명의 휴대폰도 포렌식했다. 연필 사건은 A씨 학급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에 상처를 입힌 사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와 야간에 소통한 것도 문자 한 건뿐”이라며 “폭언을 들었다는 동료 교사들의 진술도 없었다”고 했다. 다만 A씨의 아이폰 포렌식은 실패해 통화 녹음파일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 종결 발표로 사건은 입건자 한 명 없이 종결하게 됐다.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A씨에 대한 심리 부검 결과, 학부모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건 사실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반 아이들 지도 문제와 아이들 간 발생한 사건, 학부모 중재, 나이스 등 업무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돼 극단 선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 역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여러 복합적 원인 중 하나로만 판단했다.

유족 측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직접 살펴보고 A씨의 순직을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학부모 통화 목록 등 수사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도 마쳤다. 서울교사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 역시 일제히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한 초등교사 커뮤니티의 일부 교사들은 이번 수사가 잘못됐다며 이달 중 서울경찰청에 수사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