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사기극이란 의심을 억측이라 눙치기도 어렵다. 지난 8월 코스닥에 입성한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파두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컴퓨터 기억장치(SSD)를 설계하는 업체로, 올해 초 메타(페이스북)에 납품한 뒤 상장을 추진했다. 7~8월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올해 매출액 전망치로 1200억원을 제시했는데, 상장 후 최근 공개한 3분기 매출이 고작 3억원, 그 과정에서 알려진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다. 1조5000억원대 기업 가치를 가졌다던 회사가 2·3분기 6개월간 사실상 ‘제로 매출’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주가는 며칠 새 반 토막이 됐고, 회사와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에 지갑을 연 소액주주 10만명의 자산이 그만큼 증발했다.
문제는 파두가 2분기 제로 매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시점에 상장 절차를 밟으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데 있다. 회사는 주가 폭락 후 입장문에서 황당한 실적의 원인으로 “반도체 시장 침체”를 꼽으며 “2분기에 기존 고객들의 발주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납품계약 취소로 실적 참사가 예고되는 상황이 이미 2분기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은 ‘연매출 1200억원’ 등 낙관적 수치만 앞세워 IPO를 진행한 것이다. 이런 정보 접근에 유리한 사모펀드 등은 실적 공시 전 지분을 집중 매도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파두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시장의 기본 요건인 신뢰가 처참하게 훼손됐다. 몇 달 뒤면 드러날 실적을 쉬쉬한 회사, 기업 실사에서 뻔히 보였을 문제에 사실상 눈감은 IPO 주관 증권사가 투자자를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 불법 공매도부터 뻥튀기 상장까지 불공정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는 시장에 누가 믿고 투자할 수 있겠나. 신뢰를 회복할 대대적인 제도 정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