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운교회(이필산 목사)가 예배공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작은 교회들에 보금자리를 선물하며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공유교회 플랫폼인 어시스트미션(대표 김학범 목사)이 활용할 수 있는 예배당을 제공한 것이다. 앞서 어시스트미션은 경기도 김포와 수원 등에 3곳의 예배당을 마련해 장소를 구하기 어려운 개척교회들에 제공해왔다. 청운교회는 어시스트미션이 그 가운데 한 곳을 비워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선뜻 손을 내민 것이다.
14일 강남구 교회에서 만난 이필산 목사는 “우리 교회가 단독으로 개척교회를 돕는 사역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잘하고 있는 단체나 교회를 돕는 게 한국교회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이라고 판단해 어시스트미션과 동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유교회란 예배당과 기타 시설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교회를 말한다. 특히 개척교회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비싼 임대료로 예배 장소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유교회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어시스트미션은 2020년 경기도 김포 구래동과 풍무동에 공유교회를 세웠고 이듬해에는 수원에도 예배당을 마련했다. 현재 17개 교회가 이 공간에서 시간대별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금까지 10개 교단 40개 교회가 어시스트미션 예배당을 거쳐 갔다.
어시스트미션 사무총장인 김인홍 장로는 “목회자들이 교회를 개척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장소를 구하는 것이다. 높은 임대료도 문제지만 요즘은 상가 주인들이 교회에 임대를 해주기도 싫어한다”며 “공유교회는 장소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목회자들이 서로 교제하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기쁨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어시스트미션에 위기가 닥친 건 지난 5월이었다. 김포 구래동 상가 주인이 예배당을 부동산에 내놨는데 팔리지 않자 직접 사용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구래동 예배당을 사용하던 교회들이 갑작스럽게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에 처했다. 도무지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을 때 청운교회가 팔을 걷었다.
청운교회는 8월말 구래동 상가 1구역을 4억원에 매입하고 어시스트미션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위탁했다. 주호식 청운교회 장로는 “작은 교회를 돕는 일에 당회도 흔쾌히 마음을 모았다”며 “매입 전 실사를 위해 몇 차례 찾아간 이후에는 운영이나 활용방안에 일절 간섭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교회가 크거나 작거나 모두 같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어시스트미션을 도와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시스트미션도 우리에게 신세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같이 건강한 파트너십을 이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청운교회는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조용히 이어왔다. 교회 설립 50주년에는 11개 작은 교회의 빚 44억원을 대신 탕감해주기도 했다. 어시스트미션과도 이번이 첫 동역은 아니다. 목회자들의 교제와 연합에 사용하라며 지난 3년간 30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김 장로는 “적재적소에 찾아온 도움으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꿈을 이어갈 수 있어 하나님과 청운교회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어시스트미션에서 활동한 교회들이 아름답게 성장해 독립하고 또 다른 작은 교회들을 돕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격려와 관심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