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선수 올림픽 수영 100m 우승에 비견”

입력 2023-11-15 03:02

김규섭(46·사진) 아신대 신약학 교수가 성서학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을 지닌 ‘폴 악트마이어 상’을 수상했다. 동양인 가운데 최초다. 미국성서학회(SBL)는 ‘갈라디아서 3장 15~18절에 나타난 디아테케의 개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김 교수를 수장자로 선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폴 악트마이어 상은 SBL의 또 다른 상인 데이비드 노엘 프리드먼 상, 미국해외연구학회(ASOR)의 프랭크 무어 크로스 상과 더불어 세계 성서학 분야의 저명한 3대 연구상으로 꼽힌다. 매년 박사학위 취득 10년 이내의 학자 한 명을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 신학계의 위상을 높인 그의 수상은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수영 1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에 비유될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1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존경하는 신학자 폴 악트마이어의 이름으로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이제는 한국 신학자들이 학문적으로 더욱 공헌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수상을 계기로 이미 경쟁력 있는 신진 학자들을 보유한 한국 신학계가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도 바울은 그의 사도권을 부정하고 할례와 율법을 지켜야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하는 유대주의 교사들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자기의 사도권과 믿음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갈아디아서를 서술했다. 김 교수가 연구한 부분 역시 신학자들 사이에서 지속적 논쟁이 있던 구절이다. 해당 구절에서 두 번 언급된 ‘언약’은 헬라어로 ‘디아테케’인데 국제 신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유언 또는 언약으로 해석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갈라디아서 본문의 ‘언약’을 ‘유언’으로 해석했는데 바울 신학을 새롭게 조명한 시도를 의미 있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울은 언약을 유언, 즉 땅에 대한 소유권(통치권)을 상속자에게 이양하는 계약으로 이해한 것 같다”며 “이와 비슷한 그의 사상은 로마서 8장에서도 확인된다. 바울은 성도를 하나님의 자녀이자 그리스도의 공동 상속자들이라고 말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바울이 이해한 ‘언약’의 내용은 그리스도가 메시아로서 온 땅에 대한 통치권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을 때 성도들도 함께 받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말씀에서 언급된 ‘아브라함의 복’의 의미를 세밀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과 미국 칼빈신학교에서 신학석사(Th.M.), 스코틀랜드 애버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내년 SBL 연례 학회에서 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글=김아영 기자,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