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예산 삭감에 따라 광주지역 5·18민주화운동 주요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통령 공약사업인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와 5·18 국제연구원 개관이 차질을 빚게 됐다.
1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정식 출범할 예정인 치유센터의 경우 설립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광주 본원과 제주 분원을 합쳐 연간 61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동시에 60명의 근무 인원이 배정됐다.
시와 행정안전부는 이를 위해 2020년부터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제주 4·3운동 등 부당한 국가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정신적 불안과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등을 덜어주는 치유센터를 광주·제주 2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하지만 2024년 문을 열 치유센터는 첫해 예산이 4분의 1 수준인 16억원으로 대폭 축소돼 심각한 운영난이 불가피하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심리회복을 도와줄 근무 배정 인원도 13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광주 트라우마센터에 등록을 마친 치유 대상자는 올해만 1311명에 달한다. 행정안전부 연구용역에 의하면 전국 치유 대상자는 설립 1년 이내 6300명, 3년 이내 1만9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대통령 공약사업인 5·18 국제연구원 설립도 마찬가지다. 현재 5·18기념재단 내 기존 ‘5·18 연구소’를 3명에서 5명 규모로 확대 개편해 운영 중이나 대선 공약보다 심각하게 축소될 처지다.
공약 초기 별도의 국가기관 설립이 기대됐으나 다른 업무를 겸하는 인원을 포함해 5·18재단 산하기구로 연구원 구색만 겨우 갖췄다.
유명무실한 연구원 운영으로 5·18 정신의 세계화를 위한 국제적 연구 활동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이마저 설상가상으로 내년 운영비가 거의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5·18 피해자의 정신적 치유와 장기적 연구체계 확립을 위한 두 기관 설립이 전면 축소되거나 장기간 늦춰질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40년이 넘도록 온전한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은 마당에 예산이 싹둑 잘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통령 공약 파기가 아니라면 나라 살림이 좀 어렵더라도 5·18 관련 예산은 되살려달라”고 촉구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5·18 국제연구원은 내년 ‘국제연구원건립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토대로 조직 규모와 예산을 확정하게 된다”며 “치유센터와 국제연구원 설립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