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콜 차단’ 협의도 안 해놓고… 공정위에 시정방안 들이민 카모

입력 2023-11-14 04:04 수정 2023-11-14 04:04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카모)가 경쟁사와 승객호출(콜) 차단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업계 간 합의도 이뤄지기 전에 ‘시간끌기용’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카모는 지난달 중순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하며 경쟁사에 대한 승객 콜 차단을 해제하고, 1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내놓는 내용의 시정방안을 제출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 구제나 원상회복 등의 시정방안을 제안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시정방안의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카모는 “법적 판단을 다투기보다는 사건을 조기에 매듭짓고 독과점 논란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승객 콜 차단 해제와 관련한 양해각서 체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위에 시정방안을 제출했다는 점이다. 카모와 우티는 아직도 콜 차단 금지 조항을 양해각서에 담는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우티는 ‘배차 서비스 차단 조치 해제 및 배차 서비스 제공 방안 관련 양사 간 의견 차이를 해결하고’라는 문구를 통해 양해각서의 핵심이 콜 차단 해제임을 명시하려 했다. 반면 카모는 ‘배차 서비스를 우티 소속 운송가맹점에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양사 간 의견 차이를 해결하고’라는 식으로 콜 차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려 하고 있다.


특히 우티는 ‘배차 서비스 차단 조치를 조건 없이 모두 해제한다’는 문구를 양해각서에 넣으려고 하지만 카모는 카카오T 약관에 따라 배차 서비스를 우티 소속 운송가맹점에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표현 수위를 낮추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콜 차단을 해제하는 대신 카카오 측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택시 운행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의 기로에 선 데다 당국이 법적 제재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조급해진 카모가 위법성 판단을 피하려는 꼼수를 쓴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다”고 꼬집었다.

카모는 공정위로부터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우티·타다 등 경쟁사 가맹택시에는 승객 콜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경쟁을 배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는 2021년 9월 콜 차단 관련 신고를 접수한 후 2022년 1월, 2023년 3월 두 차례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카모에 지난달 발송한 뒤 전원회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카모가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공정위의 결론 시점은 뒤로 밀린 상황이다.

한편, 카모는 이날 택시 관련 단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맹 택시 수수료율을 3% 이하로 낮춘 신규 상품 출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