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세 신유열, 신동빈 회장과 유럽 간다… 공개 행보 왜?

입력 2023-11-14 04:0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이달 신 회장의 유럽 출장에 동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 상무가 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오너가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오는 20일쯤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등을 방문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 일정에 대기업 회장 다수가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전망이다. 신 회장과 신 상무는 이번 출장길에 유럽 현지 유통 채널을 둘러보고 영국의 글로벌 유통 기업 ‘오카도(Ocado)’ 팀 슈타이너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2030년까지 한국에 총 6개의 스마트 물류 자동화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28일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글로벌 정·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막바지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BIE 총회에는 국내 정·재계 핵심 인사들의 참석이 예정돼 있어 신 상무가 함께할 경우 롯데그룹 후계자로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재계에선 신 상무의 이번 동행에 대해 롯데케미칼 상무,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신 상무가 그룹 핵심인 유통군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 상무는 지난 9월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도 동행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했다.

롯데그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관심사는 신 상무의 승진이나 계열사 이동 여부다. 신 상무가 유통군 보직을 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 상무는 1986년생으로 일본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졸업했다. 현재 일본 국적만 보유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신 상무가 내년 국내법상 병역의무 면제 연령인 38세가 되기 때문에 한국 국적을 회복해 후계자 역할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상무는 일본 사립 명문인 게이오기주쿠대학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를 마쳐 영어에 능통하다. 그룹 내 회의 때는 주로 한국어를 사용하며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앞으로 신 상무의 승계 작업에선 한·일 지주사인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로,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 등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 상무는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그룹에 합류한 신 상무는 지난해 말 상무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에 1980년대생 후계자들이 대부분 사장·부사장 자리에 올라 신 상무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신 상무가 롯데 유통군을 직접 챙기면서 경영 승계 작업에 한층 더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