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게이머들 “화끈하네” 환호

입력 2023-11-14 04:07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행성 논란으로 개혁 목소리가 높았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정부가 메스를 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속한 정비를 지시하면서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다. 게이머들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화끈한 규제안이 나왔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병극 문체부 차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정부가 나서서 게이머 여러분을 보호하겠다”며 확률형 아이템 관련 각종 편법을 차단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 시행 후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간 모든 게임은 의무적으로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해야 하고 거짓 확률을 표기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는 ‘캡슐형’ ‘합성형’ 등 확률형 아이템을 유형별로 구분해 단속하고 ‘컴플리트 가챠’ ‘변동 확률 아이템’ 등 변칙 시스템도 모두 확률을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전 차관은 “2004년 처음 등장한 이후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지만 게이머들에겐 아픔이었다”며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게이머들은 정보도 없이 아이템을 구매해야 했고 경제적 손실은 온전히 게이머들의 몫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게이머들은 ‘사행성 논란’을 완전히 잠재울 만한 강력한 개정안 입법을 요구해 왔다. 게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진작에 했어야 했던 일”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24년간 게임을 즐겼다는 A씨(31)는 “게이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게 (시행령에서) 느껴진다. 바람직하지 못했던 상황을 제대로 바로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무작위적·우연적 확률에 따라 보상을 획득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게임 이용자들은 극악의 확률로 최상위 아이템을 뽑는 일부 게임의 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 게임의 본질인 플레이의 즐거움보다 ‘S급 아이템’의 잭팟을 기대하는 요행이 게임의 메인 콘텐츠가 돼버렸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이 확산하며 지난 2월 국회에선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문체부는 ‘확률정보공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시행령을 준비해 왔으나 TF가 산업계 위주로 꾸려져 게이머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거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던 중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위한 시행령 정비와 신속한 입법 예고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게이머 권익 보호 역시 민생 정책의 일환이다. 철저히 게이머 입장에서 시행령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월 대통령 후보자 시절 ‘게임업계 불공정 해소를 위한 4가지 약속’을 발표하고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의무화를 공약으로 걸었었다.

이다니엘 김지윤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