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금천구 신흥초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마을버스와 자동차,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도로 옆으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었다. 재잘거리며 걸어가는 학생들 옆으로 인근 시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1t 트럭이 지나갔다.
친구와 웃고 떠들며 나오는 학생 대다수가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소위 ‘스몸비’(스마트폰+좀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몸비는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좀비처럼 걷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시야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신흥초는 ‘스쿨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천구가 관내 스쿨존에서 학생들의 교통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시작한 시범 사업이다. 전용 앱 ‘애니타임’을 설치하면 스쿨존 일대에 설치된 블루투스 기계들이 스마트폰을 인식해 사용 중인 기능을 강제 중지한다. 이날 학교 앞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 김모양은 “휴대전화로 뭘 하려고 하면 계속 창이 꺼진다”며 “그게 귀찮아 이제는 학교 앞에서 휴대전화를 안 한다”고 답했다.
실제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설치해 서비스를 체험해 봤다.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유튜브 시청 등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했지만 세 걸음 정도 걷자마자 사용하던 앱이 강제로 종료되며 기본 배경화면으로 돌아갔다. 배경화면 오른쪽 위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뜻하는 빨간색 아이콘이 깜빡거렸다. 앱을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속 걸음을 멈춰야 했다. 결국 번거로움 탓에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신흥초의 경우 학교 주변 약 1.2㎞가 ‘노(No) 스몸비존’으로 지정돼 있다. 앱을 사용할 경우 이 구역에선 보행 중 통화만 가능하다. 지난달 기준 신흥초 전교생 371명 중 99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금천구가 지난 3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3명 중 98.4%(62명)가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비스 도입 후 교통사고 예방 및 안전에 효과성이 있다’는 항목에 응답자 전체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겠느냐’는 질문에도 10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앱을 만든 업체 알티앤씨 신동환 팀장은 “최소한 스쿨존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안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만족도 조사 결과 부모용 앱에서 별점이 높고 자녀용 앱에선 낮게 나오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내년 중으로 관내 다른 초등학교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서비스 확대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금나래초 정심초 영남초 시흥초 등 4개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