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검사 탄핵 추진으로 민주당과 검찰 간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으로 누적된 양측의 대립이 검사 탄핵을 계기로 폭발한 모양새다. 여기에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둘러싼 공방까지 더해졌다.
검찰 내부는 민주당이 지난 9월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 통과에 이어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추진한 것은 ‘보복성 탄핵’이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12일 “다수당 의석의 힘으로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을 의결해 6개월가량 권한 행사를 정지시키려 하는 것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퇴근길에 ‘방탄 탄핵’ ‘보복 탄핵’이라며 5분여간 비판을 쏟아낸 이원석 검찰총장은 다음 날 대검 간부 회의에서도 검사 탄핵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 비위에 정당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라 정쟁화해 흔들려는 것밖에 안 돼서 안타깝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탄핵 추진 대상이 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이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사건 등을 지휘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이 차장검사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는데,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0일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추가 고발했다.
민주당 측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관련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6일 만에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측은 자료 제출이 늦어져 검찰에 미안하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해놓고 이튿날 곧바로 이 차장검사를 공수처에 추가 고발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정쟁을 하겠다는 의도”라며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는데 말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이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줄 알면서도 헌재 결정까지 직무가 정지되는 것을 이용해 수사 지연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대한 법률 위반을 한 공직자를 탄핵하기 위한 제도 본질에 반하는 오·남용”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이 차장검사가 만약 이 대표 수사와 관계가 없어도 탄핵했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탄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법인카드 일제 샴푸 구매 의혹도 거론하며 “샴푸 정도는 세금으로 사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지 않느냐. 기소돼도 당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해 규정까지 바꾸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양측 대립은 장외에서 거친 언어를 주고받는 상황까지 번지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을 향해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라고 비난했다. 이에 한 장관은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하며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 왔다”며 맞받았다.
검찰 특활비도 또 다른 뇌관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깜깜이 특활비 남용’이 심각하다며 마약 관련 특활비를 포함해 80억원 규모의 특활비를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대검은 ‘영수증이 일부 휘발되고 누락된 부분 등은 있지만 규정에 따라 집행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신지호 박재현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