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는 1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우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6년7개월 만에 미국을 찾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8년 전 인연을 맺은 오래된 친구들을 만찬에 초대하며 각별한 친분을 부각했다.
미·중 정상회담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14~17일 미국을 방문하는 시 주석은 1985년 첫 방미 때 이름 없는 관리였던 자신을 환대해준 아이오와주 주민들을 캘리포니아 만찬에 초청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시 허베이성 정딩현 당서기였던 시 주석은 식량 문제를 다루는 경제사절단 대표로 아이오와를 찾아 농장 등을 돌아봤다.
그때부터 시 주석과 38년간 관계를 이어왔다는 아이오와주 머스카틴의 주민 사라 랜드는 “그가 왜 우리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모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로 그를 정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 경제개발청 직원이었던 루카 베론은 “당시 시 주석은 자기 나라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고 회상했다.
시 주석은 부주석이던 2012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아이오와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머스카틴을 찾았다. 당시 시 주석은 랜드의 집에 모인 주민들에게 “당신들은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이고 내게는 당신들이 곧 미국”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해 아이오와 주민들을 중국으로 초대해 직접 대접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방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2017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아이오와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두(콩) 및 옥수수 생산지이고 중국은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이다. 중국은 지난주에만 300만t 이상의 대두를 미국에서 사들였는데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국에 보내는 선의의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중국이 저렴한 브라질산 대신 미국산 대두를 대량 구입한 데는 시 주석의 방미라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대미 비난을 중단하고 “상호 포용만이 유일한 선택지”라며 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양국의 경제수장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 10~11일 이틀 연속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업무 만찬을 포함해 총 10시간가량 회담했다. 양측은 회담에서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고 건전한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또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이견을 잘 관리해 오해로 인한 뜻밖의 충돌을 피하자는 데 동의했다.
동시에 옐런 장관은 중국의 비시장적인 정책과 관행이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허 부총리는 미 정부의 중국 기업 제재, 대중 수출 통제,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이런 조치는 양국 간 정상적인 교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불거질 만한 갈등 요인을 사전에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옐런 장관은 “오늘 논의가 미·중 정상 간 생산적인 만남을 위한 토대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허 부총리는 8~12일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방미 기간 미국 기업 대표들을 만나 대외개방 의지를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