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난데없는 ‘문자 리스크’… “휴대폰 압수할 수도 없고”

입력 2023-11-13 04:04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게 시계를 부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교환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지난 3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같은 당 장동혁 의원에게 ‘공매도 포커싱’ 표현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 뉴시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난데없는 ‘휴대전화 리스크’에 휩싸였다. 정부·여당 인사들이 휴대전화로 주고받은 문자내용이 잇달아 언론 카메라에 노출되면서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이나 장관 등의 휴대전화 화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된 것은 최근 4건에 이른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게 ‘남자 시계 20개, 여자 시계 10개를 보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윤 비서관이 “네, 의원님. 바로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보낸 답장도 노출됐다. 이후 윤 비서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손목시계를 (권성동) 의원실로 전달했느냐’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전달) 안 했다”고 답했다.

송언석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같은 당 장동혁 의원에게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송 의원은 “언론사에서 관련 문의가 들어와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장 의원에게 정보 공유 차원에서 보낸 것이 노출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매도 포커싱’ 표현이 ‘총선용 이슈’라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중진도 ‘실수 행진’에 가세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의원총회 참석 중 지역구의 한 인사로부터 공무원연금공단 산하 업체의 사장 승진을 청탁하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받고 확인하는 장면이 걸렸다. 다음 날인 7일에는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주식 매도 관련 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다. 신 장관은 주식 매도 내역을 알려온 문자에 ‘네. 장 마감 후 어제처럼 총액 보내주세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휴대전화 사용 자제를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12일 “국회의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도 없어 우리도 답답하다”면서도 “아직 당 차원에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