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혁신 논쟁하는데”… 민주는 ‘이재명 사당화’ 내분

입력 2023-11-13 00:03 수정 2023-11-13 01:11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와 관련해 “당내에서 검토되거나 논의되는 건 없다”고 일축했다. 한병도(왼쪽) 전략기획위원장과 권칠승(오른쪽) 수석대변인이 기자간담회에 배석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은 혁신 논쟁이라도 하고 있고, ‘김포의 서울 편입’ 같은 이슈도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총선기획단장에 친명(친이재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을 임명한 데 이어 10일 조직사무부총장에도 친명계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핵심 요직에 친명계 인사들을 중용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인재위원장을 직접 맡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이 대표가 원외 친명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가 ‘선당후사’를 명분으로 이 대표에게 제기한 ‘험지 출마론’은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했다. 친명계인 김두관 의원까지 나서 여당발 혁신 드라이브 대응 차원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에 가세했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주류는 귀담아듣지 않는 눈치다.

조 사무총장은 12일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와 관련해 “당내에서 검토되거나 논의되는 건 없다”고 일축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험지 출마가 아니면 총선 승리가 도저히 힘들다는 그런 분위기라면 모를까, 지금은 험지 출마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비명계는 총선기획단이 현역의원 페널티 강화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김은경 혁신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공천 학살’의 밑그림으로 보고 있다. 현역의원 페널티 강화가 친명계 신진 인사들의 ‘저격 출마’를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는 12월 말을 전후해 비명계 의원이 줄줄이 탈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먼저 탈당 가능성을 언급한 비명계 이상민 의원의 경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에도 합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원욱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원칙과 상식’이라는 이름의 모임 출범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며 비명계의 공동 행동을 예고했다. 모임에는 이상민·조응천·김종민 의원 등의 참여가 거론된다. 비명계 의원들이 아직까지는 탈당 의사를 숨기면서 당내 투쟁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막판 공천 경쟁에 밀릴 경우 결국 민주당을 떠나지 않겠느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조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비명계의 세력화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 정당에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그런 다양성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원칙론적인 답을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대표도 직접 의원들을 설득하고 강성 지지자들을 자제시켜야 한다”면서 “비명계 의원들도 말 한마디의 중요함을 알고 역시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