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 AI로 잡아낸다… 보이스피싱 조직원 51명 일망타진

입력 2023-11-13 04:04

목소리 정밀분석으로 보이스피싱범을 잡아내는 기술이 도입돼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은 국내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원 51명을 검거했다. 행안부가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AI) 음성분석 모델을 활용해 상담원과 현금수거책부터 콜센터 총책까지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델은 100만개의 음성 학습으로 판별 능력을 갖춘 AI 분석 시스템에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목소리를 대조해 동일인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통상 보이스피싱 조직은 돈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으로 역할을 나눠 사기를 치는데 범죄마다 서로 역할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해자가 신고한 음성에서 범죄자 한 명의 목소리가 정확히 판별되면 연쇄적으로 보이스피싱범을 특정해 검거할 수 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음성 감정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해외 모델을 적용해 분석해왔지만 한국어 관련 판별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 행정절차가 번거롭고 분석 시간도 오래 걸려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모델은 기존 모델에 비해 판별 정확도가 77%나 향상됐고, 목소리 군집화 기능까지 추가됐기 때문에 조직화된 범죄 대응력이 한층 높아졌다. 시범운영 단계를 거쳐 지난달부터는 경찰의 보이스피싱 수사 시스템에 탑재돼 현장에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혐의자와 범죄자의 목소리가 같다는 걸 판별하는 것 외에도 목소리를 통해 보이스피싱 관련자를 그룹화하는 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며 “AI 음성분석 모델을 통해 이를 세계 최초로 구현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약 15만6000건, 피해금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수사기관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고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저금리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이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특히 관리자급 범죄자들은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이 확보되더라도 추적하기가 까다로웠는데 정확한 음성분석 기술에 힘입어 이런 윗선들까지 잡아들일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민(사진) 행안부 장관은 “날로 진화하고 있는 음성범죄 상황에 맞춰 분석모델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을 통해 범죄자 수사와 검거 속도를 높임으로써 국민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