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의 경고 파업 첫날인 9일 운행률이 떨어지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이 정상 운영된 출근길과 달리 퇴근길은 지하철 역사 곳곳에서 인파가 붐볐고, 버스정류장에는 평소보다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 2호선 삼성역 승강장에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퇴근하는 직장인과 제22회 서울카페쇼 방문객이 동시에 승강장으로 몰렸다. 지하철을 타려는 승객들이 개찰구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이어졌다.
퇴근을 앞둔 오후 5시30분쯤부터 2호선 시청역 승강장엔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평소 2~3분 간격이었던 배차 간격이 9분이 넘어가자 역사 내 계단까지 양방향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꽉 찼다. 직장인 구모(31)씨는 “열차가 왜 안 오나 싶어 휴대전화로 뉴스를 찾아보고 파업 때문인 걸 알았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 버스로 가는 편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역사 안에선 ‘충정로 방향으로 들어오는 열차가 만차이니 다음 열차를 이용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려고 승강장을 빠져나가는 시민도 여럿 있었다. 5호선 광화문 6번 출구 앞 경기도 광역버스 정류장에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일산에 거주하는 이모(27)씨는 “원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버스정류장으로 올라왔다”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오늘은 버스를 타고 퇴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7)씨는 “평소보다 버스 기다리는 줄이 두배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파업 여파는 오전 9시 이후부터 나타났다. 역사 곳곳에는 파업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지하철 운행률이 평소의 80%로 줄어들면서 정오쯤에는 5호선 서대문역사 내 출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평소엔 없던 대기 줄이 생기기도 했다. 공덕역에서 만난 60대 남성 B씨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20분 뒤에 열차가 도착한다고 해서 늦을 것 같아 버스나 택시를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서 만난 윤모(30)씨는 “배차가 평소보다 너무 느려서 늦을 것 같다”며 우려했다.
다만 출근길 대란은 없었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9시까지는 지하철 가동률 100%를 유지했기 때문에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전 7시30분쯤 1호선 영등포역에서 인천 방면으로 환승하던 50대 여성 A씨는 “지하철이 잘 와서 파업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백재연 김재환 이가현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