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화학물질 누출에 대피 지시했다고 징계는 부당”

입력 2023-11-10 04:03
연합뉴스

인근 공장에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하자 대피를 지시한 노동조합 간부에게 회사가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근로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 발단은 2016년 7월 세종시 부강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였다. 당시 노조 지회장을 맡고 있던 A씨는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대피를 권유받았다. A씨는 당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8명에게도 대피하라고 했다. 이틀 뒤에는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기자회견문도 발표했다.

회사 측은 A씨의 작업장 무단이탈과 작업중지 지시를 문제 삼아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만한 급박한 위험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미 대피명령을 했다는 소방본부 설명과 대피를 권유하는 근로감독관 발언을 토대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