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8일 지명된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전 대법관은 법원 내에서 “판사다운 판사” “존경받는 어른”으로 신망이 두텁다. 법원 내부에서는 재직 시절 재판에만 매진했던 조 전 대법관이 취임하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 ‘사법의 정치화’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사법부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다만 대법원장 정년(70세) 규정에 따라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해 상고심 제도 개선 등 법원의 당면 현안 추진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 후보자는 대구 경북고를 졸업했다. 국회 표결 관문을 넘어 취임할 경우 경북 성주 출신인 김용철 전 대법원장 퇴임 후 36년 만에 TK 출신 대법원장이 나오게 된다. 한 재경 법원 부장판사는 “조 후보자는 법원에서 ‘대구 선비’로 통한다”며 “국민이 법관들에게 기대하는 대쪽 같고, 너무 사교적이지는 않은 ‘판사의 전형’에 가까운 분”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퇴임 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돼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점도 법조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공직자윤리법은 대법관 퇴임 후 3년간 대형 로펌 취직을 제한하는데, 조 후보자는 2020년 3월 퇴임 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수로 재직 중이다. “퇴임 후 영리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2014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당시 ‘인사청문회 4대 필수과목’으로 꼽혔던 병역기피,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에서 불미스러운 의혹이 전혀 제기되지 않아 여야 의원에게 모두 호평을 받았다.
이념 성향은 보수로 분류된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3월 대법관 임기를 시작했다. 2017년 9월 취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2년6개월 정도 임기가 겹쳤는데,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명수 코트’ 주요 전원합의체(전합) 사건에서 다수 대법관 견해와 반대되는 의견을 다수 개진했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양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증인 신도 사건을 심리한 2018년 11월 전합 판결에서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개인의 종교적 신념 등 주관적 사정은 해당될 수 없다”며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제재한 방송통신위원회 조치의 정당성을 심리한 2019년 11월 전합 판결에서도 “내용이 객관성을 상실하는 등 공정성과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조 후보자가 매사에 신중한 ‘원칙주의자’로 평가되는 점을 고려할 때 윤석열정부가 구상하는 ‘사법부 정상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적임자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조 후보자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고 재판 업무에만 매진해온 법관으로 분류된다. 한 고법판사는 “사법행정 경력이 거의 없어 재판 지연, 코드 인사 등 현 사법부가 겪는 병폐를 개척할 수 있는 분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경 법원 부장판사는 “무조건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고쳐라, 뜯어라’ 하는 분이 절대 아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장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7년 6월 정년을 맞는 점은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큰 방향성을 갖고 제도를 정비하기에는 짧은 임기가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형민 나성원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