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학계 대학원생 넷 중 1명 “욕 먹고 갑질당해”

입력 2023-11-09 04:05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전경. 국민일보DB

서울대 의대·간호대 등이 소속된 의학계열 대학원생이 다른 계열 대학원생보다 신체적·언어적 폭력, 각종 갑질을 당하는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학계열 대학원생 4명 중 1명은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었다.

서울대 인권센터와 사회발전연구소는 8일 서울대 대학원 재적생과 수료생 17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원생 인권지표 개발 및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응답자들에게 교수, 강사, 선후배, 동료, 교직원 등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받았는지 물은 것이다. 응답자 중에는 인문사회예술계가 497명(29%)으로 가장 많았고 자연계 429명(25%), 공학계 326명(19%), 전문대학원 314명(18%), 의학계 149명(9%) 순이었다.

의학계 대학원생 중 언어 및 신체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다른 계열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대학원 재학 중 폭언, 욕설을 들었다’고 응답한 의학계 대학원생은 24.8%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전체 계열 평균인 15.6%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혐오 표현을 경험한 비율도 의학계열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의학계열 대학원생들의 혐오표현 경험 평균값은 2.16으로 전체 평균값인 1.88보다 높았다.

‘갑질, 집단 따돌림, 배제, 소외 등을 당한 적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있다’고 답한 비율도 인문·사회·예술계(12.3%) 자연계(15.4%) 등 타 계열에 비해 의학계가 23.5%로 가장 높았다. 기합과 구타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거나 위협을 받은 비율도 의학계가 7.4%에 이르렀는데, 전체 평균(2.4%)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서울대 대학원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도 의학계만 53.1%로 유일하게 절반을 넘겼다.

사회발전연구소는 “의학계열의 경우 연구실의 폐쇄적 분위기와 수직적 위계질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다. 제도적인 개입과 교수들의 실질적인 인권 감수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