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비 수천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판결이 또 나왔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단체 회원들은 “실형 선고가 아니면 처벌 의미가 없다”며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노민식 판사는 8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노 판사는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 액수가 상당해 형사처벌 필요성이 높다”면서도 “모든 양육비를 미지급한 건 아닌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같은 일로 다시 법정에 서면 재차 집행유예가 선고되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2017년 아내 B씨와 이혼했다. 자녀 3명에게 한 명당 매달 30만원씩 지급해야 할 양육비를 주지 않은 혐의로 지난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양육비 미지급액은 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징역 6개월 실형을 구형했다.
집행유예 선고에 B씨는 “실형 선고로 엄벌해야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이 크다. 재판이 끝난 지금까지 A씨는 양육비를 줄 계획조차 밝히지 않았고, 집행유예를 받았으니 더더욱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 단체의 한 회원도 선고 후 법원 앞에서 “어떻게 단 1개월의 실형조차 나오지 않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21년 7월 개정된 양육비 이행법에 따라 감치 명령을 받고도 1년 이상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검찰은 올해 1~9월 양육비 미지급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A씨 포함 현재까지 선고된 두 건에서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지난달 기준 여성가족부가 명단을 공개한 양육비 미지급자 50명의 미지급액수가 평균 5900만원으로 거액인 만큼 피해자들은 실형이 선고돼야 처벌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대검찰청은 지난 6일 양육비 미지급 부모를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고, 고의적 미이행은 구형을 가중하는 내용의 사건처리 기준을 전국 검찰청에서 시행하도록 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