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규제 돌연 철회… 업계는 장단 맞추기 힘들다

입력 2023-11-09 04:06
연합뉴스

정부가 식당·카페에서 종이컵 사용 제한을 철회하면서 소상공인과 대형 프랜차이즈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규제가 사라졌다며 반기는 소상공인과 달리 카페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친환경 운영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개별 가맹점주나 직원들이 고객과 실랑이하는 사례가 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8일 “무겁고 설거지하기 어려운 머그컵보다 종이컵이 사용하기 훨씬 편하다”며 정부 정책을 반겼다. A씨는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이미 정부가 일회용 컵 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며 “정부가 식당이나 카페의 종이컵 사용을 일일이 점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도 종이컵 제한 철회를 반겼다. B씨는 “그동안 손님이 5분만 있다가 갈 테니 일회용 컵에 달라고 해도 무조건 머그잔에 드려야 했고,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이런 일이 많이 줄어들 거라 생각하니 너무 좋다”고 반색했다. 그러면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말라고 해서 머그잔을 많이 사뒀는데 그것도 문제다. 정부가 정책을 자꾸 바꾸니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화가 난다”고 했다.

대형프랜차이즈 업계는 정부 방침에도 기존 환경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기류다. 한 대형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2018년부터 자발적 협약의 형태로 규제를 해왔기 때문에,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정책 선회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른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종이 빨대 준비를 많이 해놨는데, 갑자기 정책이 이렇게 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리 중”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종이 빨대를 발주한 점주들의 경우 반품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정부 정책 내용을 안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 경기 일산에서 한 대형 커피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C씨는 “(종이컵 사용제한 철회) 뉴스는 봤는데 아직 본사로부터 어떤 지침도 내려온 게 없다”고 전했다. C씨는 “종이 빨대는 손님들이 진짜 안 좋아하고, 플라스틱 빨대보다 가격도 훨씬 비싸다. 만일 본사에서 종이 빨대를 계속 사용하게 한다면 그건 좀 불만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계도기간 동안 정부 지침을 지켰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는 등 시장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일만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계도기간 동안 정책에 따라 바꾸려고 노력했던 사장님들 같은 경우 정부에서 완전 바보로 만든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가현 백재연 정신영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