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의 한 농산물유통센터 내 선별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작업자를 박스로 잘못 인식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45분쯤 고성군의 한 파프리카 선별장에서 로봇 작동 프로그램을 수정하던 40대 A씨가 로봇 집게에 얼굴과 몸이 압착되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산업용 로봇 설치 업체 직원으로 사고 당시 컨베이어벨트에서 포장돼 나오는 파프리카 박스를 다른 컨테이너 벨트로 옮겨주는 로봇을 시운전하던 중이었다. 사고가 나자 같은 업체 직원 50대 B씨가 바로 로봇을 정지시켰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유압 콤비툴을 이용, 선별기계 구조물을 분리해 A씨를 구조했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시운전 과정에서 센서 오류로 로봇이 A씨를 박스로 인식하고 얼굴과 상체 부위를 위에서 압착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과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사고 로봇은 컨베이어벨트 주변 바닥에 고정된 상태에서 로봇 팔 1개가 위아래, 양옆으로 작동한다. A씨는 발견 당시 농산물 선별라인과 농산물 선별기계 구조물 사이에 압착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파프리카 선별장은 5년 전부터 이 로봇을 사용해 왔으며 최근에는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선별장 작업 라인을 변경하는 일을 하던 중이었다. 당초 지난 6일부터 시운전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센서 작동 등에 문제가 생겨 8일로 연기된 상태에서 사고 당일에도 A씨는 늦은 시간까지 프로그램 작동을 확인하다 사고를 당했다.
창원=강민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