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을 오간 문상철이 마법사를 구했다. KT 위즈가 문상철의 결승타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았다. 1차전 승리로 KT는 한국시리즈 승률 74.4%를 확보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KT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LG를 상대로 3대 2 진땀승을 거뒀다. 양 팀 선발 투수 모두 6이닝까지 소화하며 호투를 펼쳤지만, 초반 실책 혼전 속 집중력 발휘한 KT가 승리를 챙겼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무승부로 끝난 1982년을 제외하고 1차전 승리 팀은 29번 우승(74.4%)을 차지했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염경엽 LG 감독은 “오늘 1승을 하게 되면 선수들이 좀 더 여유를 갖고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1차전 승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두 팀 모두 실수를 연발했다. 1회초 KT의 선취점부터 LG의 수비 실책에서 비롯됐다. 선두타자 김상수가 출루한 후 2루 도루 과정에서 견제하려던 포수 박동원의 실책으로 공이 빠졌다. 이 틈을 타 3루까지 훔친 김상수는 다음 타석에서 홈으로 들어오며 선취점을 올렸다.
1회말 LG의 득점을 도운 것도 KT의 실책이었다. 1사 1,3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오스틴이 초구를 노려 2루수 앞 땅볼타를 쳤다. 잡기 쉬운 공이었지만 2루수 박경수가 공을 놓치며 1루 주자 김현수가 2루까지 진루했고, 혼전 상황에서 박해민이 홈까지 파고들며 LG에 선취점을 안겼다. 이후 오지환의 1루타에 이어 문보경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LG는 2-1로 역전했다.
2회초엔 흔치 않은 삼중살까지 나왔다. 무사 1, 2루에서 문상철이 켈리의 초구 커터를 공략하며 번트를 댔으나 하필 공이 포수 앞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포수 박동원이 이 공을 재빨리 3루에 던지면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곧바로 3루수 문보경이 1루로 송구해 문상철을 아웃시켰다. 이 과정에서 2루에 있던 주자 배정대가 3루를 노리다 주루사를 당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중살이 나온 건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실수는 끊이지 않았다. 4회초 1사 1, 2루에서 장성우의 우중간 적시타로 KT는 한 점을 더 뽑아내며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도 가능한 절호의 기회였지만 앤서니 알포드가 주루 미스로 태그아웃 당하며 KT는 득점 기회를 날렸다.
경기 막판까지 이어진 2-2 균형을 깬 건 문상철이었다. 9회초 2사 1루 문상철이 결승 2루타를 때리며 1루 주자 배정대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