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은행 시선 곱지 않다… 금융권, 상황 엄중 인식해야”

입력 2023-11-08 04:05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이 시중은행의 ‘이자 장사’에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횡재세 도입 등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전방위적으로 은행권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자수익을 중심으로 금융권, 특히 은행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중산·서민층, 민생은 어려운 상황에 있고 이에 은행을 향한 시선이 굉장히 곱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금융권이 엄중히 인식해야 하고, 최근 움직임을 보면 그런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30일 ‘종노릇’ 발언에 이어 은행권에 상생안 마련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시중은행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은행이 금리 쪽으로만 수익을 내니 서민 고통과 대비해 사회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고, 횡재세도 그 맥락”이라며 “일단 은행이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국가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은행 압박에 가세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의 주름살이 날로 깊어지고 한숨 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며 “금융 당국은 중소서민 금융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지속하게 은행권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시중은행의 중저 신용대출 비중은 감소하고 은행권이 자체 지원하는 서민금융 ‘새희망홀씨’ 재원도 매년 줄고 있다”며 “중소기업,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 활동을 축소하면서 은행들은 300~400%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임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1억원이 넘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다 합친 것보다 은행권 영업이익이 더 크다”며 이익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은 혁신 노력으로 기업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은행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건지 은행산업에 계신 분들도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 총액은 30조9366억원이다. 3분기 누적 기준 3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