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국민의힘이 환자”라며 “(국민의힘에) 약을 먹이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을 45분간 만났다. 이번 만남은 인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김 전 위원장 사무실을 찾으며 이뤄졌다. 인 위원장은 회동을 마친 뒤 “민생 문제, 경제 문제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사람은 인 위원장이 의사인 점을 매개로 정치적 대화를 이어갔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 표심을 잘 인식해야 하는데 아직도 인식이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혁신위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처방은 약효가 잘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에도 약 처방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최종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용산”이라며 “그쪽(대통령실)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당(국민의힘)이야 거기만 쳐다보는 사람들인데 변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인 위원장이 친윤(친윤석열)계와 지도부 의원들을 겨냥해 밀어붙이는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역사상 의원이 공천을 스스로 포기한 예는 두서너 건밖에 없다”면서 “지금 인 위원장 얘기는 그 사람들 보고 ‘정치 그만하라’는 얘기랑 같은데 그만두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인 위원장과 (신당 추진을 검토하는) 이준석 전 대표 얘기를 했는가’라는 질문에 “이준석에 관해선 일절 얘기 안 했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환자가 약을 먹어야 한다’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 의미에 대해 “정치 진단”이라며 “누구 한 사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인 위원장은 정치권 인사를 잇달아 찾는 ‘경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 위원장은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고 8일에는 혁신위와 각을 세웠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회동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