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자신의 영향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방국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다른 입장을 보이며 불협화음을 내는 등 2개의 전쟁에서 미국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인도적 차원의 교전 일시 중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지난달 7일 개전 이래 세 번째 중동 방문을 마쳤다. 그는 지난 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일시적 교전 중지를 요구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거부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며 인도적 교전 중지를 거듭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통화 직후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일반적인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1시간 정도씩 전술적인 잠깐의 (교전) 중지는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NYT는 “이스라엘에 연간 38억 달러에 달하는 안보 지원을 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 중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공격에 뜻을 굽히지 않는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에 당황했다고 한다.
전쟁 후 가자지구 통치 방안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은 미국과 다른 구상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난 뒤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이 정해지지 않은 기간에 걸쳐 전체적인 안보 책임을 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외신들은 종전 후 가자지구 재점령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국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모습이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최근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양측 모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전쟁은 정적이고 소모적으로 싸우는 ‘진지전’ 단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착상태’는 지난여름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과 어긋나는 표현이다. 이는 미 공화당 등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NYT는 “두 사례(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모두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중요한 역할을 고려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 내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국무부 내부 메모를 인용해 일부 직원이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메모에 따르면 이들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인정하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민간인 인명피해 규모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