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에 든 아질산나트륨, ‘자살위해물건’ 지정

입력 2023-11-08 04:06
사진=뉴시스

햄·소시지 등 가공육 보존료로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이 자살 위해물건으로 지정된다. 국내에서 해외직구 등을 통해 아질산나트륨을 ‘자살 키트’로 사용한 사람들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아질산나트륨과 같은 ‘달리 분류되지 않은 해독제 및 킬레이트제에 의한 중독효과를 유발하는 물질’을 자살 위해물건으로 추가 지정하기 위해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7일 밝혔다. 복지부는 자살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거나 앞으로 사용될 위험이 상당한 물건을 자살 위해물건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앞으로 자살을 부추기거나 도울 목적으로 아질산나트륨을 팔거나 관련 정보를 온라인에 퍼뜨리면 처벌될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소시지나 햄 등 가공육에 첨가하는 흰색 분말 형태 보존료로 잘 알려져 있다. 고기 본연의 색을 유지하고 식중독균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질산나트륨이 호주와 일본 등에서 신종 자살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하면서 보존 효과도 있어 식품첨가물로 쓰이지만 4∼6g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인 4명이 캐나다 웹사이트를 통해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된 ‘자살 키트’를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이를 이용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아질산나트륨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보고되자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최근 아질산나트륨 중독 유발 물질로 인한 자살 사망이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키 위해 자살 위해물건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질산나트륨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은 2017년만 해도 없었는데 2018년 3명, 2019년 11명, 2020년 49명, 2021년 46명으로 증가했다.

앞서 지정한 자살 위해물건은 ‘농약’ 등 제초제 및 살충제·살진균제 독성효과 유발 물질, ‘번개탄’ 등 일산화탄소 독성효과 유발 물질, ‘졸피뎀’ 등 항뇌전증제와 진정·수면제 및 항파킨슨제에 의한 중독효과 유발 물질 등 세 가지다.

윤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지역기반사업부장은 “아질산나트륨이 온라인을 통해 쉽게 유통되고 있다”며 “법적 제재를 통해 유해 정보, 해외직구 같은 부분들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오는 15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자살예방정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연내 아질산나트륨의 자살 위해물건 지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