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방시설 점검” 먹튀한 업자, 잡고보니 직원 임금 체불도

입력 2023-11-08 04:03

서울 양천구에서 영어학원 상담실장으로 일하는 A씨는 지난 3월 학원 책상 방염처리를 위해 소방시설관리업체 대표에게 연락했다. A씨는 바로 방염처리가 가능하다는 말에 200만원을 현금으로 즉시 입금했지만, 업체 대표 B씨는 작업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연락을 끊고 아예 잠적해버렸다.

건물주나 자영업자들에게 소방시설 점검 등의 업무를 봐주겠다고 계약한 뒤 대금을 들고 잠적한 소방시설관리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달 말 사기 혐의로 B씨를 검거해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B씨는 2016년부터 소방시설관리업체를 운영해 왔다. 소방시설 점검이나 방염시공 등을 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6명이며, 피해 금액은 수천만원 수준이다. 양천서 외에 다른 경찰서에서도 B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천소방서도 B씨에 대해 같은 내용의 민원을 다수 접수하고, 고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현장에 간 직원들에게 설계나 공사 업무 도중 갑자기 중단하고 나오라는 지시를 했고, 이런 식으로 업무를 하는 척한 뒤 중간에 도망가는 방법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임금체불 건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B씨 밑에서 일했던 직원은 3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해 그를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에 신고했다. 동부지청은 이 직원을 포함해 피해 사례를 모아 B씨를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고, B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