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 제출 여부를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당장 탄핵 카드를 꺼내들 태세였지만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선 각각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은 그러나 한 장관 탄핵안 이슈에 대해서는 이전 공세와는 차원이 다른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7일 “한 장관은 윤석열정부에서 사실상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겸임하는 멀티 포지션”이라고 규정했다.
한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은 168석을 가진 민주당의 자력으로 가능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낼 때까지 한 장관 직무는 정지된다.
한 장관 탄핵안 처리 ‘필요성’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비명(비이재명)계 수도권 의원조차 “공감대는 다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한동훈 탄핵’ 목소리는 탄핵안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다.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은 한 장관 탄핵안의 정치적 이익과 손해가 너무 분명하다는 점이다. 우선 민주당이 한 장관 탄핵안 처리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한 장관의 ‘입’을 당분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자주 한 장관과 격론을 벌였지만, 한 장관 특유의 ‘되치기’로 오히려 당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기대하는 탄핵안 처리의 최대 이점은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여권의 메가톤급 무기가 사라지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재 결정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한 장관을 해임할 수도 없고, 한 장관은 스스로 사퇴할 수도 없다. 내년 4월 총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2024년 1월 11일) 이전에 헌재가 결정을 내리면 총선 출마 길은 열리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러나 이종섭 전 국방장관 사례처럼 민주당이 한 장관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기 직전에 한 장관이 자진사퇴할 경우 총선 출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걱정도 적지 않다. 총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묻지마 탄핵’ 프레임은 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이다.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비판 여론이 확산돼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는 상황도 두려운 시나리오다. 지금도 센 한 장관이 더욱 강력하게 재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 “탄핵까지 추진해 한 장관을 더 키워줄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장고 모드는 계속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 등 탄핵과 관련해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어서 곧 가시화될 것”이라며 “이르면 9일 본회의부터 상정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한 장관 탄핵안 추진을 잠시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탄핵안 처리의 과녁을 한 장관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옮기는 기류도 강하다.
신용일 이동환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