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음악을 매개로 지식재산권(IP)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과거 가벼운 배경 음악(BGM) 정도로 치부됐던 게임 음악은 시간이 흐르면서 게이머들의 충성도를 나타내는 상징성을 지니기에 이르렀다. 업계는 종합 예술로 성장 중인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 공연, 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게임 음악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더스트리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 음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8000만 달러(약 1조6620억원)로 집계됐다. 2029년에는 21억9300만 달러(약 2조8476억원)로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두드러지는 성장세에 게임사들도 게임 음악을 대중적으로 듣고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화 작업을 단행하고 있다.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에게 게임의 즐거움을 현실로 확장하게끔 도우면서 ‘겜심’을 잡고, 동시에 일반인들도 문화 콘텐츠로서 게임 음악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자사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활용해 2014년부터 매년 국제대회 기념 노래를 유명 아티스트와 발매 중이다. LoL 챔피언을 기반으로 한 남녀, 힙합, 헤비메탈 가상 아티스트 그룹은 음반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도 했다.
라이엇 게임즈가 설립한 별도 뮤직 그룹인 ‘라이엇 게임즈 뮤직’은 자체 보유한 음원만 750개 이상이다. 이들이 지난달 4일 출시한 ‘갓즈(GODS)’는 K-pop 대세 그룹인 뉴진스가 참여했는데 공개 하루 만에 뮤직비디오 조회 수 780만회, 한달여 동안 3214만회를 돌파했다. 이외에 ‘워리어즈’ ‘레전드 네버 다이’ ‘라이즈’ 등의 테마곡도 유튜브 기준 조회수 수억 회를 기록 중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 전날인 오는 18일 광화문 광장에서 LoL과 e스포츠에 등장했던 음악을 선보이는 ‘라이엇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넥슨은 BGM을 클래식 공연에 접목해 주목 받고 있다. 자사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 이어 ‘테일즈위버’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의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10~30대 젊은 연령대 남성층이 클래식 공연을 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는 전국에서 총 13회 공연을 진행하며 1만7083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 ‘블루 아카이브’ 단독 오케스트라 공연 ‘사운드 아카이브 디 오케스트라’엔 5000여명의 구름관중이 모였다.
이 밖에도 카카오게임즈,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자사의 게임 IP로 다양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게이머들은 게임 음악이 담긴 CD를 사고팔거나 BGM을 공유하는 등 ‘음악 교류’를 자발적으로 활발히 하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음악을 기반으로 한 공연, 콘텐츠 재생산은 이용자들과 접점을 늘리는 한편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