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샘물교회 장로) 효산의료재단 안양샘병원 미션원장이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5세.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아프리카미래재단 등에 따르면 박 원장은 이날 낮 안양샘병원팀과 베트남 의료선교 활동 중 쓰러져 의료팀이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박 원장의 시신은 현재 다낭 C병원에 안치돼 있다. 박 원장의 가족과 안양샘병원 관계자들은 6일 오전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박 원장은 한국 기독의료계의 중요 지도자다. 고려대 의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신장내과 전문의로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인 의료선교 활동을 펼쳤다.
박 원장은 가난한 목회자 가정에서 7남매의 5남으로 태어났다. 사춘기 때 어머니를 여의고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등 늘 부족한 환경에서 살았다. 1979년 교회 수련회에서 누가복음 5장 말씀을 묵상하던 중 만선의 축복을 받은 베드로의 행동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베드로는 고기를 많이 잡은 것에 기쁨을 누리는 대신 오히려 주님 앞에 엎드려 회개하며 예수를 좇았다. 박 원장은 그 장면에서 자신의 이기심을 깨닫고 통회자복했다. 이후 마음의 기쁨과 평안을 누리게 됐고 피부병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의대생 시절이었던 그해 박 원장은 기독의료인의 산실인 한국누가회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의사가 된 이후 박 원장은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의 소박한 삶을 통해 참다운 인술을 배우기 위해 부산 복음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박 원장은 거기서 장 박사의 의술뿐 아니라 겸손 섬김 사랑이라는 크리스천의 인격도 형성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생명윤리를 공부하면서 향후 전인치유와 생명사랑, 의료선교를 추구하게 됐다.
2000년 부임한 안양샘병원은 박 원장의 의료선교 비전이 집약된 사역 현장이었다. 그는 병원 설립자인 이상택 박사와 함께 선교 병원을 지향하며 하나님이 기뻐하는 병원, 육체와 영혼, 마음까지 치료하는 병원을 추구했다. 특히 병원의 전인치유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2014년 이집트 버스 테러 성지순례객, 세월호 유가족 등을 돌보면서 빛을 발했다.
2001년 병원 봉사단체 ‘샘글로벌봉사단’을 설립, 외국인근로자를 비롯해 소외 이웃을 찾아 진료 봉사활동을 담당했으며 7차례 북한을 방문해 의료 현대화를 도모하고 의료진 교육을 펼치는 등 대북 의료지원 활동에도 나섰다. 2007년엔 외교부 산하 아프리카미래재단을 설립해 의대 설립을 통한 현지 의료인 양성, 교육·보건 사업 등을 펼쳤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를 창립해 20년간 생명윤리운동을 펼쳤다. 4기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을 맡아 ‘생명존중선언문’을 제정 공포했으며 연명의료결정법 등 국가생명윤리정책의 큰 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박 원장은 박재형(서울의대 명예교수) 에스와티니 기독의대 의무부총장의 동생이며 박상진 전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의 쌍둥이 형이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이사, 국제보건의료학회장, 합동신학대학원 생명윤리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유영대 손동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