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명 중 1명 진료… ‘재발’ 두려움
4~6주 비수술적 치료 후 수술 결정
단계별 치료법·수술 후 관리가 중요
재발 땐 고통 지속 경우 재수술 고려
신경·복부 등 여러 전문의 협업 필요
남성·흡연·음주가 재수술 위험 요인
4~6주 비수술적 치료 후 수술 결정
단계별 치료법·수술 후 관리가 중요
재발 땐 고통 지속 경우 재수술 고려
신경·복부 등 여러 전문의 협업 필요
남성·흡연·음주가 재수술 위험 요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척추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1131만명에 달한다. 국민 5명 중 1명꼴(22%)로 척추병 진료를 받은 셈이다. 관련 연구를 보면 59세 이하에서는 디스크 질환(추간판탈출증), 60세 이상에선 척추관협착증(뼈와 인대의 퇴행성 변화로 척추관이 좁아져 그 속을 지나는 척수 신경을 눌러 통증 유발)의 빈도가 높았다. 같은 기간 척추 수술은 12만8000여건이 시행됐다.
척추 질환이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수술이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 전문기관인 청담우리들병원 신상하(신경외과 전문의) 원장은 6일 “환자의 증상과 부위에 따라 4~6주 정도 비수술적 치료(운동·약물 치료, 신경 주사, 근골격 주사 등)를 시도해 보고 그래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발목·발가락의 힘이 약해진 경우, 운동·감각 신경이 둔해져 다리를 움직이거나 걷기 어려운 경우, 마비나 대소변 장애가 온 경우에는 적극적인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척추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재수술’이다. 환자들이 큰 결심을 하고 수술받았는데, 통증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거나 재발하면 이전보다 낙심과 절망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60대 남성 A씨는 10여년 전 대학병원에서 등뼈 두 군데에 척추관협착증으로 척추유합 수술을 받았다. 허리와 등 쪽을 크게 절개한 뒤 뼈와 관절을 자르고 철심을 박아 고정하는 수술법(나사못 고정술)이다. 하지만 수술 후 응급실에 갈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경과가 좋지 않았다. A씨는 “1차 수술 실패로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다. 다른 병원에 갔더니 똑같은 나사못 고정술을 권해 고민됐다”고 했다. 이렇듯 척추 수술 후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 과거 학계에선 ‘척추수술실패증후군’이란 용어가 통용되기도 했다.
척추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려면 정확한 진단과 단계별 치료법,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 신 원장은 “우리들병원의 경우 오차 없는 정밀 진단을 위해 5단계 검사과정을 거쳐 환자 상태에 맞는 단계별 최소 침습(절개) 치료를 시행한다”면서 “디스크 질환은 내시경과 현미경을 활용하고 척추관협착증은 불안정증이 없는 초기(30%)에는 내시경 이용 단순 감압술, 1단계 불안정증을 동반한 협착증(60%)은 인대재건술, 불안정증이 심한 경우(10%)엔 전방 척추유합술을 주로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단순 감압술은 척추뼈와 관절을 일부 갈아내고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치료다. 인대재건술은 척추뼈와 정상 조직은 손대지 않고 신경을 누르는 ‘두꺼워진 황색인대’만 제거하고 대신 인공인대를 넣어 위·아래 척추뼈가 흔들리지 않도록 꽁꽁 묶는 최신 치료법이다. 3∼5㎝ 정도만 절개하고 미세 현미경을 활용한다.
신 원장은 “인대재건술은 신경 눌림이 완전히 풀리고 동시에 위·아래 척추가 흔들리지 않게 안정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다른 부위 재발 위험도 적다. 수혈이 필요 없고 수술 3시간 후면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불안정증이 심한 협착증일 경우에도 큰 절개 없이 최소 침습으로 척추 유합술이 가능하다. 등이 아닌 복부 쪽으로 접근하는 전방유합술인데, 배꼽 부위에 작은 구멍을 뚫고 내장을 둘러싼 복막을 젖히면 바로 척추뼈에 도달할 수 있다. 역시 뼈와 근육 신경 등 정상 조직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앞쪽에서 척추 고정 치료를 할 수 있다. 최소 절개로 흉터가 남지 않는다.
척추 수술 후 재발한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도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보행이 힘들고 통증이 심하다면 재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 범위가 달라질 뿐 아니라 수술을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신경 장애가 남거나 회복이 더디고 치료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재수술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선 재수술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 재수술에 전문성을 갖춘 경험 많은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 재수술은 1차 수술과 접근 방향이 달라야 한다. 첫 수술에서 허리나 등 쪽으로 접근했다면 재수술은 방향을 달리해 앞(복부)이나 옆구리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번 접근한 부위에는 신경과 주변 조직이 들러붙어 엉켜있고 해부학적 경계도 모호하기 때문에 같은 방향으로의 재수술은 성공률이 약 50%로 낮다.
재발한 디스크는 옆구리로 접근해 90% 내시경 치료가 가능하다. 국소 마취로 진행돼 노약자나 당뇨병 환자도 받을 수 있다. 재발한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대부분 불안정증이 동반되는데, 뒤쪽으로 유합술을 받았다면 재수술은 전방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전방 접근 재수술의 경우 고난도 기술이 필요해 신경외과와 복부(혈관)외과, 흉부외과 등 여러 과 전문의가 팀을 이뤄 수술 계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협업해야 치료 성공률이 높다.
한편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노성현 교수팀이 올해 초 국제 학술지(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척추 수술 후 재수술 위험요인으로 남성, 흡연, 음주, 기저질환이 꼽혔다. 허리 척추 수술 환자 6300명을 약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해당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노 교수는 “특히 척추 유합술을 받는 경우 흡연과 음주는 뼈의 유합(들러붙음)에 방해가 되므로 금연·금주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