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개미 달래자”… 공매도 때린 정부

입력 2023-11-06 04:08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친 뒤 공매도 특별 조사단을 출범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그간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지만 이 정도로는 개인 투자자를 달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과 증권업계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전면 금지’가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쳐왔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판단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법 공매도를 심각한 병폐로 여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5일 “윤 대통령은 불공정한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해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을 약탈,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시장의 심각한 병폐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정부는 이날 앞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공매도 금지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공매도 제도 개선과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 처벌 강화를 추진키로 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판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매수해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개인은 공매도에 참여하기 어려워 외국인과 기관만 배불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가 있다. 하지만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가 주가에 제때 반영될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낸 것은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금 시점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배경으로 해외 주요 증시 대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들었다. 7월 말부터 최근 거래일까지 미국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와 나스닥이 5~6% 하락한 데 비해 코스피는 10%, 코스닥은 16.4% 떨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불공정 경쟁이 계속돼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투자자들이 이탈하게 되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은 자산시장 내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 “윤 대통령은 1400만 개인투자자들을 포함한 주식시장 모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후적 처벌을 넘어 사전적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정현수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