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수감 도중 치료를 이유로 병원으로 옮겨졌던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36)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틈을 타 달아났다. 김씨는 과거 별도의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는 등 성범죄 전력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용자의 ‘화장실 도주’ 사례가 반복되면서 사후 추적이 아니라 처음부터 도주를 막을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는 5일 공개수배한 김씨에 대해 현상금 500만원을 내걸었다. 김씨는 지난 4일 오전 6시20분쯤 화장실 이용을 위해 교도관들이 보호장비를 풀어준 틈을 타 경기도 안양시의 한 병원에서 달아났다. 교정당국은 김씨가 도주한 지 1시간이 지난 오전 7시2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달 30일 특수강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그는 유치장에 있던 숟가락 손잡이를 삼킨 게 문제가 돼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현재 수감 중인 혐의 외에도 2011년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30만원을 뺏고 두 차례 강간한 혐의로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확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가 허위 증언을 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추가로 선고받기도 했다.
김씨는 도주 당일 아침 택시를 통해 경기 의정부시로 갔고 인접 지역인 양주를 거쳐 동두천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에게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등 도주를 도운 여성을 조사했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와 아는 사이지만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같은 날 오후 수도권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에서 포착됐다. 이어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 하차하는 등 수도권과 서울 곳곳에서 행적이 발견됐다.
법무부와 경찰은 김씨가 도주 직후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등 범행을 사전계획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했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항만 등 주요 도주 경로 곳곳에 인력을 배치했다.
김씨 사례와 같은 ‘화장실 도주’는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다. 2017년 4월에는 의정부지검에서 조사받던 성폭행·강도 피의자 A씨가 용변을 보겠다며 수갑을 풀어 달라고 한 뒤 화장실 배관을 타고 탈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부산에서는 외부 병원에 치료받으러 나온 20대 재소자가 화장실 이용 도중 창문으로 달아났다. 지난 3월에는 외부 병원에 입원한 교도소 재소자가 화장실에 가겠다며 족쇄를 풀어 달라고 한 뒤 교도관을 폭행했다.
형집행법 시행규칙과 교정당국 내부지침에 따르면 용변이나 치료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보호장비를 완화할 수 있다. 김씨가 감시망을 뚫고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는지는 검거 이후 자세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당시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 등도 조사할 계획이다.
임주언 김재환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