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운행 종료 시 곧바로 파기하는 위치정보를 ‘운행 데이터’라 정의하고 택시기사들로부터 20%의 호출 수수료를 책정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 수수료를 통해 ‘매출 부풀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즉시 파기되는 단순한 위치정보에 카카오모빌리티가 과도한 가치를 매기고, 이를 매출 부풀리기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단순 위치정보가 아닌 복합적인 데이터이기 때문에 독립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T 이용 승객이 이 운행 데이터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데도 이에 대해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길거리 배회 영업으로 택시에 탄 승객에게도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수수료 거래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투명하지 않은 ‘데이터 거래’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수료 부과→되돌려주기’ 근거는 활동비
5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업무제휴 계약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뗀 뒤 운임 구간에 따라 9.15~15.25%를 ‘업무제휴비’라는 이름으로 택시기사에게 돌려주고 있다. 택시기사는 ‘운행’ 관련 데이터를 카카오모빌리티가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카카오모빌리티에 제공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활동비 산정 방식에 따라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때 활동비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홍보 및 브랜드 관련 마케팅’의 대가다. 나머지는 택시기사가 카카오모빌리티로 하여금 운행 관련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대가다. 카카오T 호출을 통해 승객이 택시를 이용하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운행하며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이를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비스 개선에 활용한다. 택시기사는 일종의 데이터의 값으로 지급한 수수료 일부를 되돌려받는 식이다.
문제는 이 운행 데이터가 승객이 카카오T 호출 서비스를 활용할 때 수집하는 위치정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집하는 운행 데이터는 배차 목적으로만 수집한 정보’로 ‘택시 호출 시 승객의 탑승 위치, 목적지, 택시 차량의 위치정보’라고 돼 있다. 택시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수집한 승객과 택시 차량의 위치정보를 활동비를 산정하는 주요 근거인 운행 데이터라 정의한 것이다.
단순 위치정보에 운행 수수료의 최대 15.25% 값 매겨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들 위치정보를 택시 운행이 종료되는 즉시 파기한다고 설명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운행이 종료된 이후 택시기사는 승객의 위치정보를 더이상 확인할 수 없다. 승객도 차량 위치정보를 차량 이용 후 확인할 수 없다. 운행 데이터에는 승객을 식별하는 등의 개인정보는 일절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런 설명대로라면 업무제휴 계약서상 운행 데이터는 택시 배차를 위해 운행 중에만 한시적으로 생성된, 의미값이 적은 단순 데이터에 불과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즉시 파기되는 일회성 데이터에 택시 운행 수수료의 최대 15%가 넘는 가치를 매긴 셈인데 상식적으로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중계약 구조’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활동비 항목을 임의로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물음표를 던진다. 금감원 역시 이중계약 구조가 의도적인 매출 부풀리기에 활용되고 있다고 의심한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파기된 데이터’를 어떻게 AI 솔루션 개선에 활용하고, 금전거래 대상으로 쓰는지에도 의구심을 표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시간으로 승객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거나, 실제로 데이터를 파기하지 않고 가공해 사용한다는 의심에서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운행 후엔 파기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택시기사와 계약을 하면서 서비스 개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되살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운행 수수료의 일부로 돌려줄 만큼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금감원의 분식회계 의혹 제기 이후 “가맹 택시의 운행 데이터에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업무제휴 계약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당한 가치를 주고 데이터 확보에 투자한 것을 ‘분식’이라고 한다면 당사가 업무제휴 계약을 명목으로 실효성 없는 용역을 제공받았다는 것이 된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이다.
운행 데이터 생성 주체인 승객은 ‘뒷전’
승객 역시 운행 데이터를 만든 일종의 ‘주체’인데 카카오모빌리티의 계약 및 금전거래 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승객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운행 데이터 대가를 택시기사에게 지불할 때 자신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겠다고 동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약관상 승객은 호출 서비스에 필요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데만 동의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은 길거리 손님에게서도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동비에 포함시킨 점 또한 ‘횡포’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길거리에서 승객을 태우는 배회 영업에 대해서도 2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배차 목적으로만 수집했다는 운행 데이터에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행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공정거래위원회, 금감원 등 관계 당국의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단순 위치정보가 아닌 카카오 블루 차량에만 장착하는 미터기를 통해 수집한 복합적인 정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에 미터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블루투스칩을 장착해 운행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운행데이터에는 최종 운임, 미터기 버튼(주행·지불·빈차) 조작 이력 및 시간, 비영업 거리(미터기를 끄고 운행한 거리), 영업 거리(미터기를 켜고 운행한 거리)가 포함된다. 가맹택시가 배회영업을 얼마나 한 뒤 손님을 태우는지 등의 정보이기 때문에 가치있는 데이터라는 것이다. 또 미터기를 통해 수집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승객과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배회영업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관련 운행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업무제휴 계약을 통해 확보하는 데이터는 출발지, 목적지 등의 플랫폼 이용에 따라 발생하는 데이터가 아닌 택시의 미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로 사업자들에게는 민감한 영업정보다. 업무제휴 계약이 없다면 당사가 택시 미터기의 영업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여 플랫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꼴이 된다”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