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각축전을 벌여 온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상반된 소식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는 호실적과 수주 낭보에 들떠 있는 반면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와 부진한 실적 전망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네이버는 연결 기준 올 3분기 매출 2조4453억원, 영업이익 3802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8.9%, 15.1% 증가한 실적이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인 ‘조정 에비타(EBITDA)’도 550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서치(검색) 플랫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에서 고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커머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3% 오른 6474억원으로, 지난 1월 인수한 북미 최대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의 편입 효과가 두드러졌다. 검색 광고가 주요 수익원인 서치 플랫폼의 경우 매출 8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했다. 다만 전분기 보다는 1.3% 감소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도 수주했다. 중동 국가로부터 IT 사업 첫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네이버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초대규모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수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반면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달에만 14%가량 떨어져 한때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오는 9일 발표되는 카카오 3분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카카오 매출액은 2조2282억원, 영업이익은 1295억원으로 예측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자회사 구조조정 비용 등이 3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위기 극복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준법 기구 설치다. 카카오 관계사를 감시하는 외부 조직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가 연내 출범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과도한 자회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등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과 조사 권한을 갖는다. 초대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김범수 전 의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부터 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 사업에는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과감한 쇄신 경영을 주문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잇단 자회사 상장으로 깎인 기업가치를 올리고, 상생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