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구서가 온다

입력 2023-11-06 04:03
중소상인·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지난 19일 국회 정문 앞에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채무자들의 빚 탕감을 위해 정치권, 정부, 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이 갚아야 할 정책자금 대출 원금이 2025년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의 약 3배 수준이다. 중소기업정책자금도 2025년 원금 상환액이 4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확산 때 대폭 늘어난 정책자금에 대한 ‘청구서’가 속속 도착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정책자금 원금 상환 및 상환 예정 금액’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원금 상환 예정 금액은 4조257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원금 상환 일정을 바탕으로 추산됐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원금 상환 금액은 2019년 1조4000억원, 2020년 1조9962억원, 2021년 2조612억원으로 커진 데 이어 지난해 3조691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2조6843억원(예상치)으로 다소 줄었다가 내년 3조3105억원으로 다시 늘고, 2025년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정책자금은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을 채택하고 있어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 원금은 계속 커진다.

올해 일시적으로 상환액이 줄어드는 것은 100만원·150만원 등 소액 긴급대출을 중도 상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도 상환액은 원금 상환액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폐업 소상공인이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폐업하는 경우 ‘대출=사고 금액’으로 잡히면서 원금 상환액 수치에서 제외된다.

중소기업 상황도 녹록잖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정책자금 대출의 원금 상환액은 지난해 3조883억원에서 올해 3조433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엔 3조9697억원, 2025년엔 4조357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 전망이 어두운 것도 시름을 더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원금 상환에 부담이 적겠으나, 당분간 경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는 데다 전기·가스요금도 등 공공요금 인상도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 상승도 악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9월 소상공인 13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7.6%는 “대출금 상환 부담으로 힘들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코로나19 청구서가 몰고 온 후폭풍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줄파산·줄폐업 공포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국내 경제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정부의 선제적인 위기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벤처부 관계자는 “민간 시중은행 금리가 높은 상황인 점을 고려해 정책자금을 늘려 소상공인의 금리 부담을 낮춰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