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기한 ‘험지 출마론’ 등 인적쇄신안의 불길이 더불어민주당에도 번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인요한 혁신위가 띄운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지도부·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우리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의 인적쇄신 바람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에서 긴장하고 있는 의원들은 다선(多選)·비명(비이재명)계다. 특히 ‘다선 용퇴론’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장 6일 있을 총선기획단 첫 회의 테이블에 ‘다선 용퇴론’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총선기획단 소속 한 인사는 5일 통화에서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의 혁신 경쟁이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기 위해선 다선이나 중진 의원들이 자리를 넘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는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공천 금지’ 방안을 논의했으나 반발을 의식해 김은경 위원장의 개인 권고 형태로 ‘다선 용퇴’를 제안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의제를 던진 상황이라 민주당도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선의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 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국회의장·부의장 출신이거나, 문재인정부의 장관 출신 의원들이 험지 출마나 불출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주류 세력이 희생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친명계 핵심 의원들이 불출마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특히 비명계에서는 다선 용퇴론이 ‘비명계 공천 학살’의 칼날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비명계 중진 의원은 “로또가 돼서 다선을 한 것도 아니고 지역민들이 뽑아줘서 다선이 된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해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면 비명계를 치기 위해 용퇴론을 악용한다는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 때는 인적쇄신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당내 갈등이 거의 없었다”며 “이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또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